ADVERTISEMENT

정보위, 고영구·서동만 내정자 보고서 … 與의원들이 더 강하게 거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회 정보위원회가 고영구(高泳耉)국정원장 후보자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서동만 상지대 교수에 대해 비토(거부권) 의견을 냈다. 이념적 편향이 심하고 정보업무 분야의 비전문가라는 것이 이유다.

이런 결정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일사천리였다. 문구 조정을 위한 여야 간사협의를 마치고 나온 뒤 한나라당 간사인 정형근(鄭亨根)의원은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咸承熙)의원을 향해 "여당 간사님이 훌륭하시다"고 치켜세울 정도였다.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에는 高후보자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한 이유로 국가보안법 폐지활동, 간첩 김낙중 석방운동, 한총련 수배자 해제요구, 한통련 관련자 구명운동 등을 나열했다.

특히 徐교수에 대한 거부감은 민주당 의원들이 더 심했다. 국정원장 출신인 민주당 천용택(千容宅)의원은 "그 분(徐교수)이 국정원 정무직으로 들어가선 절대 안된다"라며 "대통령이 듣고 기분 나빠할지 모르나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하느니 국정원을 해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부 민주당측 정보위원들은 국정원 조직개편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徐교수가 특정지역 출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의 해당지역 출신 인사들이 집중적으로 민주당 일부 중진의원들에게 徐교수의 문제점에 대해 이런 저런 견해와 정보들을 전달하면서 구명운동을 한다는 설도 있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의 권한은 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제출할 뿐 대통령에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임명한 국정원장 후보에 대해 국회 정보위가 사실상 거부 의견을 냄에 따라 청와대와 정치권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해당 상임위가 여야 합의로 채택한 보고서인 만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으로선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와 별도로 한나라당은 高후보자 임명 철회를 주장하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하순봉(河舜鳳)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분(高후보자와 徐교수)이 결단을 내려 용퇴하라"며 "청와대는 내정을 철회해 국민의 불안을 씻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전 문석호(文錫鎬)대변인이 高후보자에 대해 "무난하다"는 논평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 측 정보위원들이 거부 의견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국방위서도 서동만 비난=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徐교수의 안보.북한관을 비난했다.

한나라당 강창희(姜昌熙)의원은 "徐교수가 서해교전에 대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개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의 치밀한 계획은 아닌 것 같다'고 발언한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천용택 의원은 "어제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국정원 어느 자리엔가 내정된 사람이 '서해교전은 김정일에게 책임이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런 해석을 하느냐"며 "잘못 놔두면 대한민국 정통성이 흔들린다"고 주장했다.

박승희.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