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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금연은 도움, 건강은 글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담뱃세를 인상하기로 결정한 뒤 니코틴 패치와 같은 금연보조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받는 게 전자담배다. 니코틴 액상을 충전하면 계속해서 사용이 가능하고, 담배에 비해 건강에도 해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전자담배도 ‘담배’, 단기 금연에 효과 있어.

우리나라는 전자담배를 담배로 간주한다.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의 농축액이 들어있는 필터와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게 하는 전자 장치로 구성된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 제2조에 따른 담배에 해당한다는 법제처의 유권 해석이 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전자담배에 담배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금연종합대책에서 담뱃값 2000원 인상과 함께 전자담배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도 138% 인상된다.

▲ 담배 가격에 따른 세금 부담율<출처: 안전행정부>

하지만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에 차이가 있으니, 금연에 다소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대상자 300명을 세 그룹으로 나눈 뒤 각각 전자담배와 7.2mg의 니코틴 카트리지, 5.4mg 카트리지로 니코틴의 농도를 낮춘 전자담배, , 마지막은 전자담배와 가짜 카트리지를 주고 사용하게 했다. 그 결과 전자담배 사용 일 년 뒤 첫째 그룹은 13%, 둘째 그룹은 9%, 셋째 그룹은 4%가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고, 각 그룹의 9~12%는 흡연량을 절반 정도로 줄였다.

또, 2010년 크리스토퍼 벌렌(Christopher Bullen)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가 전자담배, 가짜 전자담배, 니코틴 패치를 각각 흡연자 657명에게 주고 13주간 사용하게 한 결과 전자담배 그룹이7.3%, 가짜 전자담배 그룹이 4.1%, 니코틴 패치그룹이 5.8%로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일일 흡연량을 줄인 인원은 전자담배 사용자가 니코틴 패치를 사용한 사람보다 더 많았다. 전자담배가 니코틴 패치만큼의 금연효과를 보인 것이다.

전자담배를 권장할 만한 이유는 없어

전자담배의 금연 연구와 달리, 유해성에 관한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관련된 연구들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전자 담배의 안전성은 확신할 수 없는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은 적다는 광고가 나오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다, 보급되는 경로도 다양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제품이 시장에 유통될 가능성도 높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국내에서 시판되는 13개 회사의 액상 니코틴 121개의 성분과 함량을 측정한 결과 니코틴 농도가 36.15㎎, 즉, 담배 700개비에 해당하는 제품도 발견됐다. 또, 발암물질로 구분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전 제품에서 리터(ℓ) 당 0.10∼11.81㎎ 검출된 바 있다. 만일 모르고 빨아들였다가는 니코틴 등의 과다 흡입으로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입을 수 있는 양이다.

여기에 최근 ASHRAE 저널에 실린 ‘전자담배의 위험성’ 논문을 보면 전자담배의 연기, 즉 에어로졸이 흡연자는 물론 비흡자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8시간 동안 7평 규모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전자담배 흡연자와 함께 생활한다고 가정했을 때, 암 위험지수(NSRL·10만명에게 70년동안 매일 평균량을 노출시켰을 때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노출량)는 흡연자에게 특히 높았고, 암 이외에 질병이 걸릴 확률은 흡연자나 비흡연자 모두에게 유의하게 올라갔다.

한양여대 보건행정과 조준호 교수는 ‘전자담배 건강 영향 및 외국의 규제’논문을 통해 “전자담배의 금연효과성은 지금까지 연구의 관찰 기간이 짧고, 길게 1년 간 금연에 성공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금연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전자담배의 사용을 중단하는 경우에도 금연을 계속해서 유지 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전자담배의 금연효과 보다는 중독성 및 부정적인 건강영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별히 흡연 욕구나 니코틴 의존도가 높지 않다면 금연이나 담배의 대안으로 전자담배를 찾기보다, 운동이나 음식 등 안전이 검증된 대안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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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lif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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