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滿船 출항…해운도 3년만에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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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25노트로 순항 중인데 진동도 거의 없고 선체 상태가 좋습니다. 컨테이너 물량이 넘쳐 홍콩까지 가면 꽉 채울 것 같습니다. 첫 항해부터 만선입니다, 만선."

23일 현대상선 안전관리실 박영간 부장은 '현대 컨피던스'호 박정래 선장의 기운찬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위성 전화기를 내려놨다. 박 부장은 컨피던스호를 '복덩어리 배'라고 부른다. 지난 17일 56일간의 첫 항해에 나서자마자 만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다들 불황이라고 아우성이지만 해운경기는 지난해 말부터 살아나고 있어 직원들 사이에 한번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을 담당하는 현대상선 상하이법인 강호경 법인장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화주들을 찾아다니며 선박에 실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이제는 화주들이 배를 확보해 달라고 협조를 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관계자에게 지난 2년은 돌아보기 싫을 만큼 악몽의 연속이었다.세계적인 불황으로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금강산 관광사업 손실까지 겹치면서 실적은 날로 악화됐다.

여기에 대북송금 건까지 터지면서 지난달에는 2002년 결산자료를 감사한 회계법인이 한정의견을 내 주식이 관리종목에 편입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4조6천억원의 매출액 가운데 1조1천억원을 차지하던 자동차 운반부문을 지난해 12월 매각하면서 올해부터는 한진해운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조정 덕분에 1천4백%대던 부채비율을 4백%선으로 낮췄다. 이자부담만 연간 2천억원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해운 운임 인상의 호재를 만났다.

현대상선 구주영업부 맹년호 과장은 "현대상선이 지난해 수송한 컨테이너가 1백80만개인데 컨테이너당 운임이 최근 노선별로 1백50~3백50달러씩 올라 올해 매출액을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상선뿐 아니라 한진해운.SK해운 등 국내 해운업계는 호황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1년보다 8% 이상 늘면서 운임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원료 수입이 늘면서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8년 만에 처음으로 2천포인트를 넘어섰고 65포인트가 손익분기점인 유조선 운임지수(WS)도 최근 1백포인트를 넘나들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새로 만든 배는 적은데 물동량은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은 지난해에만 1백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인 효자산업"이라며 "전문가들은 최소한 2~3년간 호황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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