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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평 농장의 시설 운영을 맡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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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프리카에 버려져 있는 땅을 농토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세계의 식량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이다.
수단 수도 카르툼에서 나일강을 따라 남부지방에 들어서면 식량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카르용을 지나면서 사하라 사막은 끝없는 초원으로 바뀐다.나일의 물줄기가 자연의 수로를 이루고 상의 일대기후는 최적의 영농지를 빚어놓았지만 l주일을 달려도 산 하나 보이지 않는 이 광활한 현지 창조이후 지금까지 대부분 처녀지 그대로 남아있다.
원주민들이 정착한 마을주변에서나 기껏 수 백 마리씩의 소나 양들이 멋대로 자란 풀을 뜯으며 방목되고 있을 뿐 식민지로부티 독립한 연륜이 짧은 수단경부로서는 미처 국토개발에 신경울 쓰지 못하고 있어 황금 벌판이 대부분 황무지 속에 묻혀있는 것이다.
이 버려진 땅에서 유일하게 황무지를 개간,세계 굴지의 사탕수수밭을 일궈 단일 공장으로서는 세계 제l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제당산업을 일으켜 세운 기술진을 만나보니 그들은 뜻밖에도 한국인들이었다.
카르룸에서 남쪽으로 약 4백km,5시간쯤 차를 달려 가다 보면 바다처럼 넓은 초록색의 들판이 시야 가득히 들어온다.
사탕수수 재배면적이 l억평에 달하는 「바나나· 슈가」.이곳에는 영농에 필요한 트랙터·수확기 등1백30여 가지의 각종장비 2천l백 여대를 관리하는 정비 중부에만47명의 한국인 기술진이 일하고있다.
이 파트의 책임자인 김찬규 부장(40)은 중역· 이사가 없는 이 회사 조직상 사장다음의 제2인자.다른 한국인 들도 대부분 감독자 들의 높은 직책을 갖고있다.
김 씨는 사당수수재배와 관련된 장비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기술자.
이란국왕 소유이던 카룬 설탕공장에서 근무하다 3년 전 「누메이리」수만 대통령의 특별 초청을 받아 이곳으로 옮겨 왔으며 그 후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경비 수송부는 물론 제조공장등에 한국인 기술자들을 유치, 지금은 80여명으로 늘어났다.
후진국인 수단의 산업발전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일본·영국 등 10개국이 합작 투자로 건설한 「바나나· 슈가」 에는 세계 37개국 1만5천여 명의 사람들이 갖가지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나 이 가운데 합국인의 지위가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것은 물론 봉급 l전3백 달러,냉방·취사·후생시설 등이 된 숙소, 연25일간의 휴가 등 다른 해외 현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좋은 대우를 받고있다.
7O년대 초에 세워진 이 공장은 처음 영국인들에 의해 운영돼왔으나 경영부실로 성장을 하지 못하다가 78년 한국인들이 진출 하면서부터 재배면적과 공장규모가 점차 커지는 등 본궤도에 올라섰다.
한국인기술진이 이곳에서 최상의 선진국민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들이 흘린 땀의 대가 였다.
김 부장 팀은 공장에서 간선도로로 이어지는 50km의 길을 자력으로 닦았고 사탕수수밭에 물을 대기 위해 나일강을 30km나 끌어 들이는 3단계 운하를 판 뒤 다시 l백km에 달하는 수로 (수로)도 완성했다.
통신·교통·교육 시설 등이 아직 미개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이 나라에서 한국인 들은 공장 안에 학교3개를 세웠고 재배면적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무선통신망을 설치,각분야 근로자들이 유기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공을 세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대규모 사탑수수농사는 기계 영농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각종 장비의 원활한 운용이 영농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인기술진은 이에 대한 경비는 물론 세계최초로 장비가 도입된 후 마모되어 없어질 때까지 일상을 면밀하게 기특한 폭포까지 만드는 등 완벽한 관리를 하고있어 부품 한 개도 허술하게 버려지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대형트랙터나 한 대 값이 1억원 이나 하는 하베스터 (《정왁기) 동종 장비 수 백대를 한치의 빈틈도 없이 도열해놓은 것을 본 이곳 외국 근로자들은『한국 사람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훌륭한 솜씨』라고 혀를 내두른다.
재배면적이 l억평 이라면 선뜻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가로 l백km세로33km로 밭을 한번 도는데 차로 4∼5시간이 걸린다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밭이 워낙 넓어 원주민 일꾼들은 밭고랑 사이의 빈 터에 마을용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스타일로 번지까지 매겨서 있다.
처음 이 곳을 찾는 사람은 자칫 밥 사이에서 길을 잃기 일쑤여서 재배현장을 구경하려면 반드시 전문안내인을 동반해야 한다.
연간 2억t의 설탕을 생산하는 세계 제1의 체당 공장을 지탱하기 위해 수단 정부는 사망밭 사진이 든 20파운드 (약l만원)짜리 기염 지폐를 발행하기도 했다.
김 부장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수단에는 황금 벌판으로 변할 수 있는 땅이 무진장으로 버려져 있다』면서『생활 여건의 어려움이 있기는 하나 전국적인 이민정책으로 집단영농 등을 뒷받침해둔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진출을 시도 해 봄 직하다』 고 말했다.
그는 모 『아프리카는 그저 무덥고 무서운 일번과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암흑의 대륙으로만 인식되어 왔으나 멀지 않아 식량의 보고로 새롭게 부각될 것이 틀림없다』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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