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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국내 팔씨름 최강자는 서울대 법대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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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서울대 법대 4년생 김영태(24)씨가 한국 팔씨름계 최초로 5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테크노마트 팔씨름대회 대학부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 15일 끝난 남해 보물섬축제 팔씨름대회 일반부 우승까지 5개 전국 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했다. 한국팔씨름협회 관계자는 "1995년 협회 창설 이래 지금까지 2개 대회 우승자가 세 명 나왔을 뿐 3개 대회 이상 우승자로는 김씨가 유일하다"면서 "그의 5연승 기록은 앞으로 수년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라고 말했다.

1m81cm, 82kg인 그가 100kg이 넘는 씨름.역도.보디빌딩 선수 출신들을 물리치고 최강자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기술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비틀기'를 많이 사용하며, '밀기'나 '당기기'를 하기도 하죠. 하지만 전 '오버 더 탑' 기술을 씁니다."

그는 이 기술에 대해 '비밀'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재차 묻자 '비틀기를 쓰다 몸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고교 시절 '생존'을 위해 팔씨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가 중학교(서울 신일중) 때까지 야구를 했거든요. 하지만 어깨 부상 때문에 선수 생활을 접고 일반 학생으로 고등학교(경기고)에 입학했는데 학교에서 힘 좀 쓴다는 친구들이 제가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싸움을 걸더라고요. 싸우기는 싫고, 그래서 팔씨름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는 웬만한 상대는 0.1초 만에 넘겨버렸다. 그랬더니 다음부터는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는 팔씨름뿐만 아니라 공부에도 죽어라 매달렸다. 중학교 때 야구를 하느라 수업이라고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던 그는 고교 입학 당시 입학고사에서 커트라인 110점을 간신히 넘는 점수(114점)를 받아 거의 전교 꼴찌로 입학했다.

"낙오자가 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걸어다니면서도 책을 보는 등 하루에 15시간 이상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결국 그는 삼수 끝에 수능에서 전국 0.05% 안에 드는 '대역전'을 이뤘고, 200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이후 대학 야구부에 들어갔고, 지난해 7월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도루왕을 차지한 데 이어 9월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에서 팀이 창단 28년 만에 첫승을 올리는 데 공헌했다.

야구를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 그는 다시 공부로 돌아섰다. 목표는 사법시험. 짬짬이 시간을 내 출전했던 팔씨름대회와도 당분간 작별을 고할 생각이다.

"장래 희망은 검사가 되는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운동은 계속할 겁니다. 지금도 하루 한시간씩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합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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