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보급에 큰 공 … 프로기사 김수영 7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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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 기사 김수영 7단이 2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도원동 자택에서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61세.

김 7단은 두달여 전 말기암 진단을 받은 뒤 항암 치료를 포기한 채 진통제로 견디며 바둑대회에 계속 출전해왔다. 지난 4일 치러진 안조영 8단과의 대국이 그의 마지막 대국이었다.

고인은 한국바둑의 개척자인 조남철 9단의 제자로 바둑에 입문해 1962년 조훈현 9단과 함께 프로기사가 됐고, 65년엔 청소년배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전보다는 해설자로서 더 큰 족적을 남겼다. 70년대 TBC-TV의 바둑 해설을 맡아 초창기 TV 해설을 주도했고 중앙일보의 왕위전 관전기 집필자로도 활약했다. 최근까지도 바둑TV에서 유창한 언변과 특유의 입담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한국 바둑계에서 '보급 기사 1호'라 불릴 만한 인물이라는 것이 바둑계의 평이다.

해설의 달인인 고인은 병마와 싸우는 자신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나는 지금 상대(암)로부터 대마가 몰린 상황이다. 그러나 대마는 아직 죽지 않았다. 천지대패가 난 상황이지만 냉정히 대처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 7단은 조남철 9단의 일대기인 '나의 스승 조남철'을 펴냈고, 11년간 충암학원의 바둑 지도사범을 맡기도 했다.

고인과 친하게 지냈던 권경언 6단은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성품으로 바둑 보급에 큰 공을 세운 그가 그토록 일찍 바둑계를 떠난 것이 너무도 슬프고 애석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현미미(55)씨와 1남 2녀가 있다. 프로기사 김수장 9단이 친동생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며, 발인은 23일 오전이다. 02-3010-2291.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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