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소설 속의 여인상|한국여류 문학인회서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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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여류 문학인회는 27일 남한산성에서 『조선소 문학과 여인』이란 주제로 81년 문학세미나를 연다. 「조선조 여류문학의 재조명」(김일근 교수·건국대), 「조선조 소설 속의 여인들의 우수성과 행동성」(한무숙·작가)등이 발표되는 이날 세미나의 주제발표 내용으로 우리는 조선조 여인상의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서 선이란 강한 명령의 위력 밑에서의 가치에 불과했고 남편은 잘났건 못났건 그 아내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조선시대 여성은 사대부가에서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정조 때의 유학자 이덕무는 그의 저서『사소절』에서 『부인은 대강 서사와 논어·모시·소학·여사서나 읽어서 그 뜻을 통하고 제가성씨나 역대국호와 성현명자를 알면 족하다』고 썼다.
당시의 일반적인 통념은 『차라리 재주가 없을지언정 덕이 있는 여성』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고 덕이란 바로 인종과 희생을 뜻하는 것이었다.
억압 속에서 산 조선시대 여성들은 소석 속에서 정신적 소생을 찾으려 했다.
『사소절』에도 『언역한 전기는 탐착함이 불가하다. 가무를 폐하고 여공을 버리고 심하면 세칙을 내어 가산을 없애기도 한다』고 썼다.
여인들은 가지지 못하는 자유, 행할 수 없는 영웅적 역할, 결코 펴볼 수 없는 포부, 풀어볼 수 없는 한을 소설 속의 인물을 통하여 체험하고 행동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수 있었기에 소설을 즐겨 읽었다.
고대소설은 모두가 작가미상이지만 그들은 독자, 즉 여자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개의 소설에서 우리는 총명하고 아름답고 속이 깊고 용기 있고 판단력 빠른 행동적 여인을 본다. 이들 여주인공들에 비해 남성은 나약하고 소극적이며 경솔하고 우유부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춘향전의 이도령만 하더라도 한눈에 반해 버린 춘향과 백년가약을 맺고 경솔하게도 선뜻 불망기를 써준다.
딸이 품팔이해온 돈으로 근근 목숨을 이어가는 주제에 심봉사는 공양미 3백섬을 시주하겠다고 무책임하게 이름 석자를 적는다.
이들에 비해 여성들은 자못 영리하고 착실하고 치밀하며 들은데가 없다.
또 조선시대 소설은 여주인공에게 곧잘 남복을 입혔다. 권위의 상징인 남복, 그 남복을 입고 남자가 하는 일을 남자들보다 떠 슬기 있고 행동적이며 과감하고 용기 있게 멋지게 해내어 남자보다 월등한 대성공을 거두고 억울한 여인의 마음속에서 그을고 있는 잠재의식을 해방시켜주고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옥낭자전』의 옥낭자, 『매화전』의 매화, 『이춘풍전』의 아내 김씨 부인 등이 그 대표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소설에서 여류작가가 없음은 봉건시대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로 이점은 세계적으로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장끼전』이나 『이춘풍전』등은 여류의 작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김징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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