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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인의 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산업건설과 경제성장의 최첨병은 현장에서 일하는 기능인들이다. 어떤 생산품, 어떤 상품치고 이들의 손과 정성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
공업기술의 기초연구가 부족한 우리 상품이 해외에서 이만큼의 평가라도 얻고 있는 것은 기능인의 우수한 솜씨에 힘입은바 크다. 이 솜씨는 그 동안 기업·정부·기능인이 노력한「땀의 결정」이기도 하다. 또 이 솜씨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연달아 4번을 우승한 기록으로 세계에 과시되었다.
오늘부터 대전에서 열리고 있는 83년의 기능올림픽출전 후보선발을 겸한 26회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제주도까지 참가한 명실상부한 전국대회로, 참가선수도 7백94명이나 된다. 어느 대회보다 많다. 거기에 올림픽종목 32종 외에 우리 독자적으로 7개종을 추가, 기능인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은 상금이 대폭 늘어나고 입상자에겐 연금도 지급하기로 결정돼 어느때 없이 기능인의 사기를 북돋고 있는 것이다.
저임금과 좋지 못한 작업환경 속에서 기술을 닦아 무엇 하느냐고 혹 좌절감에 빠지기 쉬운 기능인들에게 이것은 큰 격려가 되리라 믿는다.
지금 선진국에선 분야에 따라 기능공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단순작업이 점차 기계화하거나 산업로보트로 대치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닛산자동차의 경우 자동차제조에 필요한 2천개소의 용접과정중 97%를 로봇이 해내고 있으며 사람이 하는 것은 불과 60개소로 줄어들었다.
로봇을 사용하면 작업의 성공률이 99.9%에 이르고 있어 각국은 다투어 로봇을 생산과정에 투입하고 있으며 산업 각분야로 이용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로버트에 자리를 물려준 기능인은 실직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기술이나 로봇조작기술을 익히고 있으며 노조조차 단순작업의 고역에서 인간을 해방시켰다고 환영하고 있다.
바로 이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우리의 기능인 양성이 앞으로 보다 고도화하고, 보다 복잡한, 다시 말해 두뇌를 사용하는 창조적 기능개발에 치중해야 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계의 역할을 대신하는 기능인이 아니라 기계를 부리는 기능이 되어야한다는 말과 같다.
물론 기능의 종류에 따라 도저히 기계로 대치 못할 분야가 있고 우리산업이 로봇을 활용할만큼 고도의 생산설비와 공정을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긴하다. 그러나 생산성향상을 위한 외국과의 경쟁을 생각할 때 어느 땐가는 닥쳐올 상황이며 미리부터 여기에 대비해두지 않으면 크나큰 경제적·사회적 문제에 부닥치게될 것이다.
단순작업의 로봇사용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고도화한 창조적인 기능개발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크다. 그것은 공업제품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을 연수하는 터전으로 우선 전문학교의 활용을 권장하고 싶다. 대학과 고교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전문학교 교육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을 고급기능인으로 양성한다면 우리의 기술수준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
한국의 기능이 세계를 제패했어도「메이드·인·코리아」의 질이 세계를 제패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원인이 어디 있는가를 잘 분석해서 기능인의 장래역할을 적절히 설정하는 것이 한국기능의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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