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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기품 있게 즐기자"|미국에 물결치는 상류 지향성 복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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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사람들의 생활스타일이 복고풍의 상류사회 지향형으로 바뀌고 있다. 「레이건」대통령이 보수화의 물결을 타고 워싱턴에 등장한 것과 때를 같이하여 부유한 생활양식이 바야흐로 전국으로 번져나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l백80도의 전환(Polar turn)이라 할만큼 부를 과시하는 풍조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의·식·주생활은 물론 장신구·자동차·사교생활에 이르기까지 가난하고 경박스럽고 구질구질한 것들이 쫓겨나고 대신에 고급스럽고 기품 있고 단정한 것들이 유행되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히피풍의 장발이나 텁수룩한 턱수염·싸구려 청바지·디스코 춤은 퇴조하고 있다. 남자들은 짧은 머리에 콧수염을 잘 손질하고 고급양복으로 정장을 한다. 여자들은 고급장신구에 밍크코트 차림이다. 그들은 50년대의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부드러운 포도주를 마시며 비프스테이크보다는 생선요리나 조류요리 같은 가벼운 식사를 즐긴다.
이러한 상류사회 지향풍조는 『자기가 가진 것을 수줍어 감추는』「카터」시대의 의식이 「레이건」시대에 와서는 『가진 것이 있으면 즐겨라』는 의식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지금 즐기지 않으면 다시는 즐길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현실 지상주의적인 풍조도 깔려있다.
워싱턴 시내의 최고급상점 카핀켈을 찾는 고객 중에는 1천5백달러(약1백5만원)짜리 블라우스나 8백50달러(약60만원)짜리 악어 핸드백을 눈도 깜짝 않고 사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이 상점의 여사장 「메리먼」여사는 값비싼 최고급품을 더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동부의 뉴욕과 워싱턴,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중북부의 시카고와 디트로이트, 중남부의 휴스턴과 아틀랜타 등 4개 지역의 생활양식 변화를 보면 생활의 고급화를 알수 있다.
동부에서는 장발·턱수염·과음·냉동식품·전자계산기·싱글바·카·우보이벨트·대형라디오 같은 것이 사라지고, 콧수염·악어핸드백·샤넬양복·포도주·원드서핑·휴대용 스테레오라디오·생선요리·남자성형수술·TV연속방송·보디빌딩기구 등등이 유행되고 있다.
서부에서는 레코드·골프·테니스·디스코 춤·철학강좌·록 뮤직·조깅·스케이트보드·저축예금·남자용 금목걸이·남녀동거 등 풍조가 사라지는 대신에 부동산구입·카우보이바·유료TV·격식 차린 결혼식·대학의 경영학 강좌·살내리기 식단·짧은 머리·금연·스카이다이빙·도둑경보기·파바로티의 음악이 유행중이다.
미국 서부지방보다 동부지방 사람들이 더욱 고상하고 귀족취미를 보이는 것은 동부의 보수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북부 지방에서는 컨트리뮤직·디자이너 청바지·조깅·샐러드바·애완동물·정치학서적·과음·스테이크음식점·자동차의 짙은 원색도장·웨스턴 스타일 등이 퇴조하고 50년대 음악·리바이스청바지·자동차 내무선 전화·골동품·포도주·전자게임·남자용 블레이저 상의·소형 고급차·에어로빅댄스·멕시코여행 등이 새 풍조로 등장했다.
또 중남부 지방을 보면 금사재기·쇠고기·록음악·끽연·화학섬유의류·스케이트보드·남녀일시동거생활·칵테일파티·장발·대형승용차·마리화나 풍조가 사라졌다.
그 대신에 증권투자·점심시간동안의 운동·롤러스케이트·생선초밥·두부·남미여행·50년대식 화려한 파티·여성들의 경영학 석사학위취득·TV게임·캐비아·성혈수술·격식 갖춘 결혼식 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생활스타일의 변화는 미국 사람들이 더욱 어른스러워졌다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70년대에는 미국인구의 중간층 연령이 28세였는데 지금은 30세가 됐고, 그만큼 노령인구가 늘어났다. 따라서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제멋대로의 생활을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더욱 기품 있게 만들려고 한다.
또 한가지는 부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지나칠 수 없다. 73년의 첫 오일쇼크는 미국사람들의 생활 스타일을 근검 절약형으로 바꿔놓은 것은 사실이다. 구매력으로 본 실질소득은 65년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인구의 55%에 이르는 중산층과 40%의 저소득층은 사치하려도 할 수가 없었다. 특히 「카터」시대에는 자기의 부를 과시하는 것이 부끄러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레이건」시대에는 그런 제약이 없어졌다. 따라서 풍요로운 상류층과 중산층이하의 국민들 사이에는 점점 불평등현상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예컨대 최고급 장신구나 값비싼 외국제 자동차를 갖는다든지 정원이 딸린 주택이나 고급 분양아파트에 사는 것은 상류층의 스테이터즈 심벌이 되고 있다. 싸구려 중고차를 타고 임대아파트에 살고있는 중산층이하 조차도 밀려드는 새로운 풍조에 끌리고 있다.
부의 과시와 함께 바야흐로 자기개발시대에 들어가 있다. 『살 빼고 예뻐지는 법』『돈버는 방법』등등 『…하는 방법』에 대한 책자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9월초 뉴욕타임즈가 조사한 베스트셀러 책 15가지 가운데 9가지가 『…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고 4가지는 살 빼는 식단에 관한 책이었다.
중서부 쪽에서는 비즈니스와 투자에 관한 책이 가장 잘 나가고 있다. 대학생들도 학교생활에 보다 충실해졌으며 교육학보다는 회계학 같은 졸업 뒤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는 학문에 쏠리고 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조지 워싱턴대학의 사회학자 「아미타이·에트지오니」교수는 『보다 세련된 생활스타일을 추구하는 변화』라고 지적했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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