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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로 번진 삼성·LG ‘세탁기 전쟁’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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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해외 가전 매장에 진열된 자사 세탁기 여러 대를 망가뜨리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LG전자 생활가전(HA) 사업본부 조성진(58) 사장과 같은 회사 임직원 5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14일 밝혔다.

 파손된 삼성 세탁기들은 모두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가전전시회(IFA 2014) 기간에 맞춰 현지에서 판매용으로 선보였던 제품들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들이 지난 3일 유럽 최대 양판점 ‘자툰(Saturn)’의 독일 베를린 유로파센터와 슈티글리츠 매장에 전시된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크리스탈 블루’의 문짝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이 중 두 명의 LG전자 임원은 유로파센터 매장에서 삼성 세탁기를 훼손하다 현장 매장 직원에게 적발돼 매장 측에 세탁기 4대 값을 물어줘야 했다고 삼성 측은 전했다.

 이와는 별개로 삼성전자가 현지의 다른 매장의 세탁기도 점검하던 중 슈티글리츠 매장의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 3대 역시 같은 형태로 망가진 사실을 발견하고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삼성 측은 “독일 경찰이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양복 차림의 동양인 남자 여러 명이 제품을 살펴보다가 그중 한 명이 세탁기 문짝을 두 손으로 힘을 실어 수차례 누른 뒤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조 사장이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제품을 파손한 인물이라고 지목했다. 조 사장은 ‘세탁기 박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LG 입사 후 28년간 세탁기 사업에만 몰두해온 인물이다.

삼성전자 측은 “해외에서 경쟁사의 제품을 훼손하고도 우리 회사의 전략 상품을 폄훼할 목적으로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사법기관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15일 이 사건을 경제전담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 배당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직접 명예훼손 혐의를 포함해 수사 의뢰했기 때문에 통상 고소사건으로 접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삼성 측으로부터 사건 발생 당일 CCTV 녹화 자료를 제출받아 LG 임직원들이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는지 여부 등 객관적 사실 관계부터 확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고의 훼손 의도가 없다고 반박했다. LG전자는 이날 자료를 내고 “특정 회사의 제품을 파손해 이미지를 실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임직원들이 직접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며 “해외 출장 때 현지 매장을 찾아 경쟁사 제품을 살펴보는 것은 어느 업체든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회사 세탁기들과는 달리 유독 특정 회사 해당 모델은 세탁기 본체와 문짝을 연결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고 덧붙였다.

최준호·정효식 기자
[사진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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