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입사시험시즌…어떤 직장을 택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취직 시즌이 돌아왔다.
기업측에선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하여, 취직자는 좋은 직장을 고르기 위하여 몹시 분주하다. 많고도 적은게 취직자리다.
금년엔 기업들이 사람을 많이 뽑는 바람에 일자리가 비교적 많다. 그동안 불황으로 사람을 뽑지 않았는데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리라는 예상 때문에 기업들이 대부분 사람들을 많이 뽑을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을 확인하기 위해 각 기업그룹에서 회사설명회를 대학마다 갖는 등 저마다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77, 78년 호황이래 3년만에 보는 「구인난시대」다. 대학졸업자는 특히 경쟁이 심해 서울은 물론 지방에까지 스카우트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전자·조선 등 일부 기술계와 상경계는 대학 3학년 때부터 예약하는 입도선매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다 취직자리가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세칭 일류대학과 인기학과만 유치전이 벌어질 뿐 나머지는 여전히 좁은 문이다.
기업측에선 많고도 적은 것이 사람이라 말한다.
취직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진짜 일꾼은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든 최근 2∼3년 동안에 비해 취직이 쉬워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예 취직문이 닫혔던 작년·재작년에 비해 문은 넓게 열렸으니 사람에 따라선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고민까지 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다.
첫 취직은 일생을 좌우한다고 한다. 직장을 자주 옮길수록 능력이 평가되는 서구와는 달리 우리 나라에선 직장을 자주 옮기면 손해를 보기 쉽다. 그만큼 첫 직장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 어떤 기준으로 직장을 선택해야할까.
직장을 갖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역시 보수다. 샐러리맨은 월급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보수가 어느 수준인가를 따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보수는 종합적으로 평가해야한다. 최근 들어 각 기업들이 보수가 높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초임경쟁을 벌인 적이 있는데 이것에 현혹되지 말아야한다. 초임만 잔뜩 높여놓고 다른 것을 안올리면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따라서 보수는 초임뿐 아니라 승진속도·승진 후의 급여도 같이 고려해야한다.
월급은 보수의 일부에 불과하다. 급여 외에 복지후생제도나 시설은 어떤지 종업원에 대한 정신적 대우는 어떤지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회사의 일방적 설명회보다 선배 등을 통해 알아 보는 것이 좋다.
직장은 가정과 함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생활터전이다.
따라서 직장은 보수 외에도 안정성·성장성과 아울러 자기개발 가능성을 고루 갖춘 것이 이상적이다.
회사가 안정되고 영속적이어야 안심하고 평생을 맡길 수 있다.
재무구조가 시원찮은 회사들 중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등 허풍을 떠는 회사가 많다.
율산을 비롯한 소위 「무서운 젊은이」들이 경영하던 것이 이 범주에 속한다.
갑자기 탄생된 스타기업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있다.
그러나 돌다리를 몇 번씩 두드려 가기만 하는 회사, 진취성이 없는 회사는 웬만한 리스크(위험)에 도전하기를 꺼린다.
이런 회사는 성장의 속도가 늦고, 미래의 산업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업종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때 굴지의 기업으로 명성을 날렸으나 지금은 2류, 3류 기업으로 전락한 회사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 회사의 업종도 회사의 성장성에 중요요소가 된다. 가능하면 성장산업, 항상 기술혁신 등에 관심을 두는 회사가 좋다.
성장성이나 안정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자기개발 가능성이다.
직장을 통해 나의 이상을 실현시키며 보람을 느끼는가 하는 것은 보수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내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 국민들(소비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세금·수출·고용 등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것이다.
이점은 사주나 회사의 경영이념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또 그 회사의 분위기, 사풍도 잘 알아봐야 한다.
어두운 분위기, 최고경영진간에 알력이 심한 회사는 업무 이외에도 정신적인 갈등과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사주가 정치에 깊이 뛰어드는 회사도 일단 경계를 해야하며, 사장을 비롯한 중역진들이 사주의 인척들로 둘러싸인 회사도 권장할만한 곳이 못된다.
사장이 정치도락을 즐기는 회사는 그만큼 회사에 충실하지 못할 뿐 아니라 회사의 공금도 온전히 보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한다.
경영진을 시주일족이 독점한 곳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경영층에 올라가기가 힘들며 또 일족들의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나라에선 대기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 그만큼 보수도 좋고 안전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은 틀이 꽉짜여 자기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힘들다는 약점도 있다.
아무래도 층층시하에서 부속품의 하나가 되기 쉬운 것이다. 그래서 좀더 빨리 크기 위해선 견실한 중소기업에 가서 기업과 함께 커보는 모험도 필요하다는 충고도 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일을 넓게 빨리 배울 수가 있다.
대기업은 잘 짜여진 조직 속에서 맡은 분야만 하면 되지만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좋은 일, 궂은 일을 가릴 수가 없다. 혼자서 이것저것 다하다 보면 그만큼 일도 빨리 배우고 사회도 빨리 터득하며 그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하고싶은 사람은 은행이나 대기업 등 정비된 직장을 택하고 그렇지 앓고 한번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보고 싶은 사람은 중소기업쪽에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일반논이지 모두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자기 자신에 달려있는 것이다. 대기업에 가도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층층시하의 조직 안에서도 뻗을 수가 있는 것이고 중소기업에 가도 소극적이면 시름시름 고사하고 만다.
취직이란 일단 기회가 열린다는 뜻이지 그것으로 모든 것이 보증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직장에 가건 자기하는데 달려있는 것이다. <김경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