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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4)제74화 한미 외교 요람기(8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예비회담에 이어서 열린 제1차 한일회담은 52년4월21일까지 계속되었다. 우리측에서는 예비 회담 때 교체 수석대표였던 신성모씨가 빠지고 김용식 주일대표 부 공사가 교체수석이 되었으며 임철호씨가 대표단에 새로 가세했다.
1차 회담에서 우리측이 주력을 기울인 것은 대일 청구권 문제였는데 주미대사관은 이 문제에 상당히 개입했었다.
우리측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4조A항에 근거, 일본에 대해 8개항의 청구권 주장을 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일본은 조선은행을 통해 반출해간 지금 약2백49t과 지은 약67t을 반환할 것.
②1945년 8월9일 현재의 조선총독부에 대한 일본정부의 채권을 전액 판제할 것.
③1945년 8월9일 이후 한국으로부터 일본에 진체 또는 송금된 금품을 반환할 것.
④1945년8월9일 현재 한국에 본사·지점 또는 사무소를 둔 법인의 재일 재산을 반환할 것.
⑤한국법인 또는 한국 자연인의 일본국 또는 일본인에 대한 일본국채·공채·일본 은행권과 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보장금 일체를 관제할 것.
⑥한국법인 또는 자연인의 일본 정부와 일본인에 대한 개별적 권리 행사에 관한 항목 즉 주식· 증권 등을 인정할 것.
⑦전기 재산권 청구권에서 발생한 제 과실을 청구한다.
⑧전기의 반환 및 결제의 개시 및 종료는 협정 성립 후 즉각 개시하여 늦어도 6개월 이내에 끝낼 것.
이상의 청구권 주장에 대해 일본은 역습을 해 왔다. 그들은 한국에 대해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즉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4조B항에 의하여 일본이 효력을 인정한 미군정의 재한 일본재산에 대한 처분은 국제법상 점령군에게 인정되지 않는 사유재산의 처분까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유재산에 관한 한 원 권리자인 일본인에게 보장청구권이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한술 더 떠 52년3월6일자로 「지바」 (간섭)대표가 양유찬 한국 측 수석대표 앞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 『한국의 전 재산 85%에 해당하는 재한 일본인의 재산(적산)을 반환할 것을 청구한다』 고 말했다. 일본이 이렇게 나오자 이승만 대통령은 노발대발했다. 3월 말쯤 이 대통령은「덜레스」미 국무장관 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봉하지도 않은 채 나에게 보내는 친전 속에 넣어 부쳐왔다.
이대통령은 나에게 잘 읽어보고 내용이 괜찮으면「덜레스」장관에게 전하라고 말했다. 나는 이대통령의 편지를 읽고 깜짝 놀랐다. 내용인즉 미국에 대한 예의의 정도를 지나치는 말이 가득했다. 나는 이대통령의 분노와 괴로움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으나 그런 편지가 국가원수의 친서로 상대국 고위당국자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하니 아찔했을 뿐이었다.
나는 이대통령의 편지를 조목조목 분석해 내 나름대로 부드러운 문장을 만들어 경무대에 보냈다. 몇 주일 후 이대통령은 내가 만들어보낸 친화에 자필사인을 해 워싱턴으로 되돌려 보냈다.
그리면서 이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제4 조A항과 B항에 대한 유권해석을 국무성에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미국무성의 회답이 4월29일자로 주미대사관에 도착했다. 그때 양 대사는 동경에 있었기 때문에 이대통령은 모든 훈령을 나에게 보냈고 국무성도 나를 대사대리로 상대해 주었다.
국무성의 유권해석 전문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대일 평화조약 제4조 B항에 따라 주한미군 사령부의 관계 명령 및 처분으로 대한민국의 관할 내에 있게된 재산에 대한 일본인의 모든 권리·권한 및 이권은 박탈되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견해에 의하면 그러한 재산 또는 그에 관한 이권에 대하여 일목은 유효한 청구를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견해에 의하면 4조B항에서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 재산의 처분은 동 조약 4조A항에 명기된 약정을 고려함에 있어 관련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국무성의 해석은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일본의 대한 청구권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해방당시의 재한 일본재산의 처분에 대한 매듭은 앞으로 한일양국간에 체결할 특별협정에 반영시켜야 할 것 같다는 묘한 해석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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