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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출범에 맥빠진 퇴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제경제연구원의 갑작스런 해체·개편소식은 관청 이코너미스트와 경제계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진작부터 동 연구원의 해외정보수집기능에 불만을 가져 온데다 일부 연구기능이 기존 한국개발연구원의 그것과 중복되어 온 점을 자주 지적해왔다.
국제경제와 해외사정에 관한 정보의 수집·분석과 정책수단의 개발을 목적으로 지난 77년 발족한 동 연구원은 현재 연구직 1백70명, 관리직 50명의 대식구를 거느리고 해외 각 지역 경제정보를 수집 발표해왔다.
초기에는 그런 대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초 데이터와 경제분석이 유익한 자료가 되었으나 점차 민간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보다 고급의 다양한 심층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정부의 개편구상은 이런 필요성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알려지기로는 일본 아세아경제연구소와 유사한 형태의 종합정보센터를 구상하고 있는 듯.
정부는 이를 위해 무협, 무공의 해외조사기능과 과학기술정보센터 등의 관련기능을 통합, 가칭 「해외정보센터」를 신설할 움직임이다.
문제는 자금과 경보기술축적인데 그 어느 쪽도 단 시일 안에 확보하기는 어려울 듯.
특히 정보기술·노하우의 개발은 돈도 돈이지만 많은 시간과 기반의 확층, 관민의 긴밀한 협조 등 여러 필요조건들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 따라서 정부기능만으로는 어렵고 민간과 합작하는 반관반민 형태의 운영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이런 개편의 필요성과는 상관없이 대형연구소를 해체하는데 따르는 현실적 문제들도 적지 않다.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유치한 해외두뇌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아직은 뚜렷한 방향이 서있지 않다.
「정보센터」는 특별한 고급두뇌 없이도 운영 가능하므로 연구기능을 일단 한국개발연구원에 흡수한다는 원칙이지만 KDI의 수용능력에도 문제가 있다. 연구직의 상당부분이 결국은 학교나 다른 연구기관 등으로 빠져나가겠지만 「두뇌유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이번 개편을 두고 관계행정부처들의 「관리권」 쟁탈전도 화제가 되고 있다. 기획원과 KDI, 재무부와 한은조사부, 농수산부와 농경연 등 모두 유관연구소를 둔데 비해 아직 그런 기관을 못 거느린 상공부가 이번 해체를 계기로 굳이 산하기관으로 두려는 움직임. 그래서 연구직까지도 함께 해외정보센터가 인수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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