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성|VTR시장서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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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자산업의 꽃이라는 비디오테이프 레코더 (VTR)를 놓고 삼성전자와 금성사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VTR는 원하는 TV프로를 녹화해서 보거나 녹화테이프를 재생하여 다시보는 등 컬러TV보다 한 단계 앞선 것이다.
지난 80년1월 삼성전자가 국내 처음으로 VTR를 자체개발, 시판해 논데 이어 금성사도 VTR의 자체개발에 성공, 오는 10월초부터 시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국내VTR시장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국내시장에 첫선을 보인 VTR는 삼성전자가 지난 80년1월에 내놓은 SV-7700모델로 「기계식」이었다.
기술축적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자기술의 꽃이라는 VTR를 자체 개발하자 기술 이전에 인색했던 일본전자 업계마저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금성사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외국의 기술도입 없이 자체 기술만으로 개가를 올렸다.
VTR는 지난해초부터 시판되고 있으나 대중화와는 거리가 먼 상태다.
컬러TV가 지난해 8월부터 시판이 된데다 시중에 첫선을 보인 VTR의 소비자가격이 98만원이나 되어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과 같은 상태였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의식하고 지난5월 일부 기능을 간략화한 보급형(SV-7000)을 75만원에 내놓았으나 아직도 소비자들에겐 부담스런 가격이다.
VTR가 지금까지 5천대밖에 팔리지 않은데서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원격조정장치가 부착된 SV-8000을 새로 개발, 제11회 전자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또 올해엔 전전자식인 SV-6600모델을 개발했으나 이들 두 모델은 시판을 안하고 있다(기계식은 조작부분을 누르게 되어있으나 전자식은 접촉만으로 기능을 조절한다).
예상되는 높은 가격으로 인해 시장성에 자신을 못 가졌기 때문.
외국에선 컬러TV가 대중화된 이후에 VTR가 개발되어 보급이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선 컬러TV시판과 VTR개발이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져 VTR보급이 그만큼 타격을 받고있는 상태다.
금성사에서 10월초에 시중에 내놓을 VTR는 GHV-8100.
원격조정장치가 부착된 전전자식으로 삼성전자의 SV-6600모델과 비슷한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SV-6600은 아직 시판이 안되고 있는데 금성사의 GHV-8100의 경우 시판가격은 90만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VTR는 테이프가 감겨 나오는 방식에 따라 일본 소니가 개발한 베타막스방식과 일본 빅터사가 개발한 VHS 방식으로 나누어지는데 국내에서 개발한 것은 모두 VHS방식이다.
현재 세계 VTR시장의 70%를 VHS방식이 차지하고 있다.
VHS방식은 테이프가 헤드와 2번 접촉하여 화면과 소리를 재생시키나 베타막스타입은 5번 접촉해서 같은 기능을 하고있다.
국내 VTR제품의 국산화율은 전자방식의 경우 7O%선 (기계식은 90%까지 국산화가 되어있다) .
VTR의 중요부품인 반도체부문은 거의 국산화가 안되어 있는 실정이다. 또 국산부품도 오랫동안 어느 정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전자업계는 현재 4O%인 VTR의 특별소비세를 4%로 인하시키려는 재무부 움직임에 큰기대를 걸고 있다.
특소세40%에 부가세·방위세 등을 합치면 공장도 가격의 67· 2%가 세금인 상태여서 특소세인하는 상대적으로 판촉에 크게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VTR수출시장은 90%이상을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에 비로소 VTR생산에 나섰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현재 VTR수출의 길이 막혀있다.
국내제품에다 일본메이커들이 독점권을 쥐고있는 VHS나 베타막스라는 상표를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VTR보급률은 2%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의 보급률은 이보다 떨어진다. 제품만 좋다면 수출가능성은 많다.
수출을 위해선 일본메이커로부터 특허권을 먼저 사와야 하는데 일본은 아직 그것을 팔지 않고 있다.

<한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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