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향한 에너지가 샤넬의 정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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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호 19면

이번 전시 역시 큐레이터 장-루이 프로망(Jean-Louis Froment사진)이 기획을 맡았다. 모스크바의 푸쉬킨 미술관(2007), 상하이 현대 미술관(2011)과 베이징 국립 예술 미술관(2011), 그리고 지난해 광저우 오페라하우스와 파리의 팔레 드 도쿄에서 행사를 치른 그는 “내로라하는 많은 명소에서 제안이 있었지만 서울의 DDP를 주저 없이 택했다”고 밝혔다. 8월 28일 전시 오픈을 앞두고 서울에 온 그를 중앙SUNDAY가 만나 좀더 얘기를 들어봤다.

‘문화 샤넬전’ 큐레이터 장-루이 프로망

문화전’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그가 당대 유명 작가나 예술가들과 친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문화란 이전에 없었던 것, 존재하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샤넬 앞에 이 말을 썼다. 샤넬은 꼭 죄는 코르셋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켰고, 숄더백을 만들어 두 손을 자유롭게 해줬다. 여성의 행동 양식에 큰 변화를 가져 온 패션의 창조 자체가 문화라고 여겼다.”

전시가 연대기가 아닌 컨셉트로 진행되는데.
“우리 인생이 연대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간의 흐름이라는 건 오히려 순서와는 무관해 보인다. 서로 다른 공간과 시대에 있지만 어떠한 사고가 끊임없이 겹치고 이어지고 접하며 하나의 연속성을 지니고 있지 않나. 이 전시는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연대기적 시간이 아닌 ‘창조의 시간’을 따르려 했다.”

서울에서 전시를 여는 취지는.
“이미 샤넬의 인지도가 높은 서울에서는 샤넬의 창조력을 말하고 싶었다. 샤넬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제작됐는지 보여주자는 거다. 물론 칼 라거펠트(현 수석 디자이너)가 이를 잘 재해석하고 있지만, 디자이너의 삶과 만남과 풍경과 그가 읽은 책들을 통해 ‘샤넬은 바로 이런 것’임을 보여준다. 나는 그 여정에서 안내자 역할을 자처했다.”

전시의 키워드를 꼽자면.
“미래라는 말을 쓰고 싶다. 샤넬의 창조성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간다는 의지에서 나왔다. 그리고 DDP라는 미래적 공간이 이를 잘 드러낸다.”

그것을 ‘서울의 정신’에 대한 답으로 여겨도 되나.
“그렇다. 미래를 향해 열려있는 정신이다. 한국에 오면 미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느낀다. 사람들이나 길거리에서 힘찬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 정신을 다른 어느 도시보다 높이 평가했다.”

문화 샤넬전을 맡기 전과 후의 달라진 관점은.
“샤넬의 일생을 연구하면 할수록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이 어우러져서 내면의 세계를 발견한다. 여사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생각을 볼뿐 아니라 그 시대에 대한 재발견을 하게 된다. 솔직히 문화 샤넬전을 시작할 땐 제품에 비중을 두었지만 이제는 창조성에 초점을 둔다. 내게는 또 하나의 여정이다.”

앞으로 더 할 수 있는 주제는.
“샤넬의 역사는 하나의 악보와 같다. 악보를 바탕으로 여러 템포로 다양한 음악을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도 어떤 템포를 가지고 연주를 하고 있다. 차기 전시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글 이도은 기자,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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