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0)태권 종주국의 권법을 전파한다|가루떼 제치고 육상 인기과목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잉카문명의 나라, 페루에서는 스포츠가 한국을 심고 있다. 남미 최강을 자랑하는 페루대표 여자 배구 팀의 감독이자 코치인 박만복씨(45)와 페루 육사에서 태권도 제자를 길러 내고 있는 정의황 사범(29)이 한국을 대표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크레아』라면 고개를 가우뚱 해도「만복·박」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만복·박」의 나라에서 왔다』면 금방 태도가 싹싹해진다. 남미 대륙에서 74년 이후 7연승을 거두게 한 박 감독의 인기는 가히 영웅적이다. 페루에서 만큼이나 스포츠 외교가 성공한 예도 드물성싶다.
페루의 한국인은 대사관 직원과 가족을 합쳐 모두 꼽아봐야 4O명을 넘지 못한다. 박 감독 일을 가족 6명, 계약 선원 10명, 병아리 감별사 3명, 태권도 사법 3명, 무역진흥공사 직원 1가구가 전부다.

<한국인 국민은 모두 가족>
페루에 진출한 일본계가 15만 명이 넘고, 중국계는 8만여 명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인은 한줌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한사람 한사람이 유명세를 치러야할 만큼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 크게 다행스런 것은 모이기만 하면 폐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모두가 한가족처럼 서로 돕고,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나누고 있다.
태평양 파도가 넘실대는 코스타베르다(푸른 해안이란 뜻)에 있는 레스토랑 덴케는 페루 한인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다. 어느 날 저녁이라도 한국인 몇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나동아의 노래를 듣거나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외로움을 달랜다. 대부분 가족을 두고 홀몸으로 와있기 때문에 고국을 그리는 정은 진할 수밖에 없다.
페루에서는 태권도가 「아르테· 마르샬·데· 국레아노」(한국무도) 라고 불린다. 한때는 일본의 가라떼와 중국의 쿵푸가 판을 쳤지만 78년부터 페루 육사에서 태권도가 특별 과목으로 채택된 이후 인식이 달라졌다. 박범오 사범(7단)이 2년 동안 기반을 닦은 뒤 귀국하고 작년 1월부터 정의황 사범(7단)이 맡아 페루 육사와 하사관학교에서 한국무도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로 태권구령.>
l898년에 창설된 페루 육사는 스페인과 미국 육사의 교육과정을 혼합하고 있으며, 미국 군사고문단과 더불어 수년 전부터 소련 군사 고문단도 상주하여 탱크전과 박격포 훈련을 말고 있다. 현재 육사생도는 7백 여명이며, 학자풍의 「움베르토·레하스」준장이 교장이다.
육사 2∼3년 생도들은 무도 한 가지씩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한다. 태권도 수련 생은 2백 여명. 가라떼(50여명) 유도 (30여명) 펜싱(20여명) 에 비교도 안될 만큼 태권도가 인기를 끌고있다. 『차려』『준비』에서 부터『아래막기』『발돌려차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령이 한국말로 이뤄진다.
지난 6월 심사 결과 평균 수준은 8급으로 나타났다. 현재 검정띠(초단) 빨강띠 (l급) 파랑띠(5급) 노랑띠(7급)가 각l명이다.
유일한 유단자인 생도 연대장「카름로스·윔」군 (23세· 4년생) 은 학과평균성적이 인정으로 전교 1등이다.
장군감이란 말을 듣고 있는「윔」군은『한국육사에 유학하고 싶다』고했다.
연병장에서 태권도 훈련을 들러본 교장「레하스」준장은 『한국을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지만 영화를 통해 한국을 알고있다』면서『우리 생도들이 태권도를 배워 백병전에 자신을 가지게 됐다. 태권도는 자기방어 뿐이니라 자기수양에도 알맞은 무도로 알고있다』고 했다.「레하스」 교장은 『태권도 교수를 보내준 한국과는 형제처럼 느껴진다』고 고마워했다.

<리마시내에 도장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