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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 탓할 것인가…수해 천재만은 아니가|하천 준설 안해|물 안 빠져 모래밭 안 메우고 택지로|목포, 진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영·호남=임시취재반】영·호남의 엄청난 수해는 단순한 천재만은 아니었다. 치수를 등한히 한 행정, 수해에 대한 사전대비 미흡 등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의 부족이 더 큰 피해를 가져왔다. 최대 유입 량을 측정 못해 치수의 측면에서 제구실을 못하는 남강댐이나 시 수입만을 생각해서 하천부지에 농경지를 허가해준 시 당국(진주), 하천 준설을 않고 저수지의 양수시설과 하천제방을 허술 하게 관리한 (경남 하동과 전남 각 지방) 행정당국에 책임이 컸다. 수해현장의 문제점을 살핀다.

<호남>
전남지방수해는 형산강과 보성강 등 곡창지대의 하천바닥을 제대로 준설치 않은데다가 크고 작은 저수지의 양수 시설과 수문, 하천 제방을 허술 하게 관리해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영산강 본류는 만조 때 바다로 강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은데다 나주 댐과 장성댐에서 많은 물을 방류하면 대형펌프시설이 없이는 수위조절이 안 되는데도 농수산부에서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나주 댐과 장흥 댐의 저수량을 항상 90%선을 유지해 이들 댐에서 수위조절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컸다. 농민들은 수문에 모터장치를 해, 위급할 때 자동개폐가 되도록 해줄 것을 바랐다.
또 수해가 가장 심한 목포시를 비롯해, 금성사·나주평야일대와 함형·성주·광양·곡성군 등은 해마다 장마철에 한, 두 차례 물난리를 겪는 상습수해지역으로 수해를 겪을 때마다 되풀이 되고있는 하천조절 등 근본적인 수해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함평군 학교면 고막리 박정왕씨 (22) 는 『영산강 하상이 높아 오히려 지류 쪽으로 역류해 매년 주택80여 채와 농경지가 침수되는 소동을 빚는다』 민서 『하강 준설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아 수해가 컸다』 고 말했다.
특히 영산강은 목포 쪽의 하구언에 1차 댐 공사가 완공됐는데도 수량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 상류의 나주 댐과 장성댐이 태풍예보가 있은 지난달 29일 방류했지만 저수량이 나주 댐 77%, 장성댐 89%여서 이번 폭우 때 수량조절을 못한 것 도 수해를 더하게 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영남>
79년8월의 어빙, 80년 8월의 주디 등 태풍이 올 때마다 진주시와 하동 일대는 예외 없이 수해를 당했다.
현재 상습침수지역인 진주시 장낭·왕봉남·상대·상평· 하대· 신안· 초전동 등은 댐 건선 이전에는 모두 남강의 하상 또는 모래사장이나 논밭이 들어선 하천부지였다. 그러나 댐 완공 후 당국은 이곳을 매립치 않은 채 시가지로 개발했다.
이 때문에 남강과 시가지의 높이가 거의 비슷해 강물이 조금만 불어나도 내수처리를 못하는 것은 물론 강물이 오히려 시내로 역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시 당국은 남강댐을 과신했다. 댐을 세우기전 남강의 평균 강폭은 4백m로 넓었다. 댐 완공 후 시 당국은 댐 수문 조절만 믿고 강 주변을 택지로 개발하는 바람에 평균강폭이 2백50m로 좁혀져 물의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남강은 다른 하천에 비해 경사가 원만해 유속이 느리기 때문에 조금만 강우량이 많아도 범람의 위험을 안고 있으나 시 당국은 사용료를 거두기 위해 저지대의 하천부지를 농경지로 허가해 줘 피해가 켰다.
진주시 건설 국의 한 관계자는 초당 7백t만 방류해도 변두리도로가 침수되는 등 시가지가 물에 잠기는데 3일 하오 1시30분부터 2시간동안 소문 8개 전부를 열어 초당1천8백t이나 방류해 진주시로서는 시가지침수를 막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관계자들은 상습침수를 막기 위해 ▲ 진양호 상류인 덕천강·경호강등에 보조 댐을 건설, 유입 량을 재 조절 해야하며 ▲ 사천만 방수로의 확장 ▲ 지속적인 준설작업등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건설부에서 이미 남강댐방류능력조사에 착수, 금년 말까지 종합대책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에 잡긴 소문>
하상이 높아 제방을 넘어 들어온 물 때문에 소문 안쪽과 바깥쪽이 물바다를 이루었다. 수위조절을 위해 열어놓은 소문은 아예 물에 잠겨 잠수함의 잠망경처럼 보인다. <전남함평군다면일김인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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