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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9)|제74회 한미외교 요람기(66)-이 대통령, 미 의회서 연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이승만 대통령의 방미행사 중 하이라이트는 상하 양원합동 회의장에서의 연설이었다. 이대통령은 이 연설만은 어는 누구의 조언도 받지 않고 혼자 작성했으며 주미대사관도 그 내용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
7월28일 상오10시. 워싱턴의 캐피털힐(의사당)에는 1시간 전부터 차량의 행렬이 물밀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제외한 미국의 3부 요인들이 거의 다 잠식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의사당측은 방청객 수를 제한하기 위해 특별입장 카드를 발부했다. 대법원 판사 전원, 워싱턴 주재 외교단전원, 3군 수뇌부 전원이 망라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대통령은 「놀런드」 상원의원의 안내로 입장했다. 이대통령이 장내에 들어서자 상원의장인 「닉슨」 부통령과 「마틴」하원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고 뒤따라 참석자모두가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보냈다. 「마틴」하원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박수가 멎자 이대통령이 등단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덜레스」 장관부인의 안내를 받아 2층 방청석에 앉았다.
『미국국민들이 경탄해 마지않는 불굴의 자유전사를 소개한다』는 「마틴」의장의 인사에 이어 이대통령은 낮은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대통령은 먼저 미국국민과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의례적인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다소 톤을 높여 또 한번 미국의「어머니」들에게 별도로 인사를 했다.
『나는 미국인의 어머니들에게 마음속으로부터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자식을, 남편을, 그리고 형제를 우리가 암담한 처지에 놓여있을때 보내주신데 감사합니다. 한미양국 군인들의 영혼이 한국계곡과 산중에서 하느님 앞으로 올라간 것을 영원히 잊을 수 없으며 하느님이 그들의 혼을 애중해 주시기를 빕니다.』
연설 중 처음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이대통령은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들의 이름을 일일이 예거한 뒤 「밴플리트」장군을 한국 육군의 아버지라고 추켜세웠다.
그리고는 본론에 들어갔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목숨을 바쳐 싸웠으나 현명치 못한 휴전으로 한국전선은 포화를 멈추고 일시적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적이 이 기회에 무력을 증강하고 있고 제네바 정치회의도 성과없이 끝난 만큼 이제 휴전의 종결을 선언할 시기가 왔습니다. 공산군의 비행기는 우리나라 국회까지 오는데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서울보다 워싱턴에 더 접근해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을 파괴하는 것이야말로 크렘린의 최후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번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대통령의 목소리도 점점 거칠어져 쇠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우방들은 지금 수소폭탄을 만들고 있는 소련의 공장들에 폭탄을 투하해야겠습니까? 아니면 도살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거세우처럼 우두커니 서있어야겠습니까? 세계 자유인민들이 생존하는 길은 평화가 없을때 부러운 눈치로 평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세력균형을 세차게 흔들어 공산측이 우리를 섬멸시킬 무기를 감히 사용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시간적 여유는 얼마 없습니다. 수년 내에 소련은 미국을 정복할 방편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이 행동을 개시할 때이며 장소는 한국전선입니다. 한국은 20개 사단 만을 갖고있으며 20개 사단을 더 편성할 인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대통령은 잇달아 미국의 대중공 무력행사를 촉구했다.
『중공정권은 극히 취약한 발을 가진 괴물입니다. 미국이 중공화물의 60%를 운반하는 해안을 봉쇄한다면 중공의 교통망은 일대 혼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 않고 해·공군만으로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중국본토가 자유진영으로 환원하게 되면 한국과 인도지부 전쟁은 자동적인 승리로 귀결될 것입니다.』후일 이대통령 전기를 쓴 「올리버」박사가 이날 계산한 바에 의하면 이대통령은 모두 33번의 박수를 받았다.
약 40분간의 연설이 끝나고 이대통령은 상·하의원들의 기립박수 속에 퇴장했다. 곧 이어 「닉슨」 상원의장 주최의 오찬이 의사당 귀빈식당에서 베풀어졌다. 상·하원 간부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닉슨」 부통령은 몇몇 의원들에게 이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소감을 말하도록 했다.「월터·저드」의원은 『현대는 무엇보다도 지도자가 필요한 시대인데 이대통령은 강력한 세계적 반공지도자』라고 말했다.
「매클리」 의원은 『이대통령은 생전에 위대한 업적을 역사에 기록할 만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알렉산더·스미드」 의원은 『인도차이나에 이대통령과 같은 지도자가 있었다면 오늘날 저꼴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한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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