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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는 수학의 연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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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구는 흔히 투 아웃(2사)부터라고 한다.
이것은 곧 승부의 불확실성을 말하는 것이다. 승자와 패자의 명암은 경기종료를 알리는 시그널에 의해 판가름 나는 것이다. 이것이 곧 야구의 매력이기도 하다. 투수는 던지고 타자는 때리고 야수는 날으는 볼을 따라 혼신의 힘으로 달린다.
모두가 불확실한 승부를 확실한 것으로 바꾸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게 던지고 때리고 달리는 것이다.
야구의 또 하나의 맛은 틀(형)을 깨는 쾌감이다. 이것이 홈런이다. 정해진 바운더리를 넘어가는 홈런이야말로 삽시에 승부를 뒤바꾸는 최대의 묘약이다.
장쾌한 홈런의 아치,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승부의 의외성-. 이 때문에 야구팬은 열광하고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고교야구의 열기는 지나칠 정도다. 고교야구대회가 있는 날이면 서울운동장은 항상 만원이다. 직장에도, 식사시간에도, 퇴근길에도 고교야구 이야기는 약방의 감초격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고교야구를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하기도 한다.
바캉스계절에 검게 탄 피부를 문화인의 훈장(?)처럼 뽐내듯 고교야구가 있는 때면 야구장에 한번 가보지 않으면 바보로 취급받기가 십상이다.
그라운드의 동문회·애향심·하룻동안 쌓인 스트레스의 해소는 모두가 좋다.
그러나 만의 하나라도 잘 자라는 고교생들이 야구기계화 되어지거나 영웅시되어지는 일면은 없는 것일까. 잠시 생각해볼 일이다.
얼마전 일본고교야구연맹은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일명 고오시엔대회)에 우승 또는 준우승한 선수들에게 카퍼레이드를 금지시켰다.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는 것도 수업의 연장이기 때문에 카퍼레이드는 교육적 견지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갈수록 과잉화해 가는 고교야구. 매스컴이 그렇고 학교·학부모 그리고 관계자 모두가 무엇이 진정한 야구발전을 위한 것인가를 잠시 되씹어 볼때가 온 것 같다. <조이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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