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60억불의 근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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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5년 국교정상화이후 15년을 지내온 한일경제협력관계는 이재 좀 더 성숙된 내용을 담지 앉으면 안된다.
한일외상회담에 이은 일련의 한일각료 또는 한일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안보인식과 함께 경제협력증대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다루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양국경협에 대한 일본의 친각이 종래의 고식적이고 편협한데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일본의 고위관료나 언론의 자세를 보면 일본은 한국의 경협요구 가운데「차관」공여액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안보경협에는 응할수 없다는 등의 부분적인 사항에만 집착하고 있다.
국가간의 경제관계는 상호보완적이며 공동익을 극대화하는 선에서 포괄적으로 다루어져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본이 세계각국에서 경제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이러한 원칙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데 기인하는 것이며 대한경협도 그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한일문의 경협추이가 바로 일본의 대외경제 정책을 잘 절명하고있다.
먼저 양국문의 무역추이를 보면 지난 15년간 한국은 대일무역에서 한해도 빠짐없이 적자를 보여 그 누계가 80년말 현재 2백4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일본에 있어 수출상대국의 제5위(초년기준)에 있는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흑자를 기록하고있는 무역부균형이 과연 양국의 무역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한일무역은 지리적인 이점과 한국경제개발계획에 일본이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 측면은 있다.
그렇더라도 한국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감내하지 못한 끝에 최악의 경우, 수입여력이 없어진다면 일본에 어떤 영향이 갈 것인지 명백하다.
한일경협은 무역불균형 해소노력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논거는 이상으로 충분하다. 일본은 한국에서 수입할 상품이 없다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일본이 농수산물·직물류 등 한국의 주요수출상품에 대해 수입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한가지 대표적인 예로 생사만 하더라도 불과 몇천만 달러에 지나지 않는 물량임에도 공급을 요청했다가 일본내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하여 수입기피를 하고있지 않는가.
한국의 대일수입품목은 기계류와 원료제품이 대부분이며 일본의 대한수입품목은 섬유류와 농수산물이 대종이다.
무역구조상 상위되는 품목도 없으며, 특히 일본으로서는 기술집약적이고 부가가치적 품목을 한국에 수출하여 노동집약적인 품목을 들여가고 있다.
이러한 무역구조를 놓고도 일본이 대한수입견제를 한다는 것은 양국간의 경협증진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
일본은 15년간 대한차관공여로 경협요청에 성실히 임했다고 자부하기도 어렵다.
공공·상업차관 모두 합쳐 15년간 37억4천만 달러를 제공했으나 그것은 2년간의 대한무역흑자와 대등한 액수인 것이며 이번 한일회담에서 한국측이 내놓은 공공차관 60억 달러도 역시 80년중의 무역흑자 기준, 2년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한일기술협력 부문만 해도 무역추이와 별다를 것이 없다.
한일민간경제회의에서도 논란되다시피 한국은 경제발전단계의 도약을 위해 핵심기술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은 노후화한 기술, 2차적인 기술만을 이전하는데 그치고 있다.
일본도 해외의 첨단기술을 열심히 도입하고 있으면서 그를 이양하는데 인색하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환영받을만한 일은 못된다.
때문에 한일경협은 일본의 표현대로 「원조」운운할 것이 아니라 무역 및 기술이전에서 자본협력에 이르기까지 중요사항이 망라된 큰 테두리 안에서 방향을 먼저 점하고 세부문제를 풀어나가야 된다.
폭넓게 긴 앞날을 내다보는 시야를 갖고 두 나라 앞에 가로놓인 상호관심사를 다룬다면 지속적인 사안에 매달리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곧 한국의 안보강화를 의미하며 나아가서는 일본의 경제·안보에도 절대로 유익하다.
일본의 국익을 위해서도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적극적인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일경제관계가 구각을 탈피하여 성열한 좌표를 찾아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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