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근원은 느긋한 마음가짐|특집 일본 백세이상 천9명 조사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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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일본「건강·체력강화사업재단」은 일본의 1백세 이상 생존자 1천18명중 1천9명에 대한 구체적인 장수여건 조사결과를 발표, 장수에 관심을 갖는 현대인에게 지표를 제공했다. 일본은 이미 지난73년 동경도 노인종합연구소가, 75년에는 노인복지개발센터가 장수원인에 대한 대 규모의 조사를 실시, 이번으로 거의 완벽한 자료를 갖추게됐다. 윤곽을 드려내는 이들의 장수비결은 무엇인지 그 내용을 살펴본다.

<장수자 수>
세계의 장수국으로 부상한 일본의 80년도 1백세 이상한 장수자는 1천3백50명. 인구를 1억1천만명으로 볼 때 인구 10만명당 1.23명 꼴이다. 그러나 장수여건 조사를 시작한 81년2월23일에는 그중 2백32명이 세상을 떠나 1천18명만이 남았다.
응답장수자 1천9명중 남자는 l백81명, 여자가 8백28명으로 82.1%나 되는 많은 숫자여서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우리나라는 80년 11월 현재 3천8백만 인구 중 1백세이상이 2백74명으로 인구10만명당 0.72명 꼴이어서 일본에 뒤진다.
2백74명중 남자는 79평, 여자가 1백95명으로 71.1%를 차지해 여성 장수자가 압도적이었지만 일본보다는 10%정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백세이상 장수자가 가장 많이 살고있는 곳으로는 흑해연안의 코카사스 지방을 꼽는다.
70년 소련정부가 발표한 인구조사는 코카사스의 그루지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등 3개 공화국은 총 인구 1천90만명에 1백세이상 장수자가 4천9백25명. 인구 10만명당 45.2명 꼴이어서 우리나라보다 63배나 되는 1백세이상 장수보유율을 보였다.
한편 작은 지역으로는 남미 에콰도르의 빌가밤바 마을을 장수지역으로 꼽는다.
안데스산맥 해발 1천7백m에 있는 이 마을의 77년 인구는 4천5백64명. 1백세이상이 24명으로 인구10만명당 5백25.9명이나 되는 많은 숫자다.

<장수의 여건>
일본의 1백세 이상 노인들이 밝힌 장수비결은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모든 일에 초조해 하지 않고, 둘째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세째 충분한 잠을 자고, 네째 식생활에 조심을 한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52.4%가 중년이후「되어 가는 일에 초조해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46.3%는「생활리듬을 깨뜨리지 않는다」, 38.7%는「충분한 수면을 취한다」고 대답했다.「식사에 유의한다」는 38.3%로 네번째로 많은 빈도를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어느 장수지역이나 흡사해 지난 5월 중순 본사가 80세 이상 장수자 2천15명이 살고 있는 전남고흥군의 장수여건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었다.
당시에 인터뷰한 84세 이상 1백5세까지 21명의 장수자들은 신경질·탐욕 등 정신적 긴장이 별로 없고, 성격이 활달·명랑·온화하며, 대인관계가 원만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들은 대부분 규칙적으로 들에 나가 일하고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대답했다.
코카서스 그루지아공화국 장수의학연구소「피츠헤라우리」소장도「장수를 위한 7개조」에서 비슷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피츠헤라우리」교수의 7개조는 ①자발적인 적당한 근육운동의 계속 ②당황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신경질적이 되지 않도록 여유 있는 생활태도를 갖는다. ③부부는 물론 가족, 주위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많을 것 ④식생활에서 식물성 식품과 발효유를 많이 먹을 것 ⑤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과 노동·휴식·취침을 매일 규칙적으로 할 것 ⑥성생활은 이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할 것 ⑦농촌에 사는 사람쪽에 장수자가 많다는 내용이다.
일본 장수자의 직업도 농림업이 52.3%로 가장 많고 자가업이 13.6%로 그 다음이며 월급생활을 했던 사람은 극소수여서 스트레스가 심하면 장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장수자들도 역시 유전적인 요인도 있어 대부분 형제중 80을 넘긴 사람이 많고 부모 양쪽 또는 한쪽이 장수한 가계의 사람이 많았다.

<장수자와 음식>
일본의 장수자들은 54.7%가 먹을 수 있는 분량의 80%정도밖에 먹지 않는다고 대답, 과식이 장수의 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장수자들의 식사습관 중 공통적인 것은 야채와 생선을 많이 먹는다는 것.
또 이들은 47.3%가 보리혼식을 하고 있으며 계란을 좋아해 지금도 반수가 매일 계란을 1개 이상 먹고, 야채 중에서는 당근·호박·시금치·무잎 등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장년때까지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한 사람은 50%뿐, 40%이상이 심심한 음식을 좋아하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했다는 점이다. 그 때문인지 이들의 평균혈압은 현재 60세인 사람과 비슷한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장수자들이 좋아하는 10대식품은 ①삶은 야채 ②생선회 ③초밥 ④익힌 생선 ⑥초에 절인 음식 ⑥일본 된장국 ⑦카레라이스 ⑧떡 ⑨면류 ⑩튀김 등이었다.
술은 1백세 이상 남자노인의 26.5%, 여자의 18.4%가 현재도 매일 1∼2잔씩 마시고 있는데 과거에 마시던 사람까지를 합치면 50%를 넘었다. 담배는 대상자 중 남자의 18.8%만이 피우고 있다고 대답했으나, 그 중 반수 이상이 하루 10개비를 넘기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장수자의 79.7%가 대가족 제도 속에 살고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 35.3%는 4대가 한집에 살며, 28.9%는 2대가 같이 살고, 15.5%는 3대가 한 집에 살고있어 대가족제도와 장수와의 관련이 있음을 보여줬다.<최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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