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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경제혁명 성공조짐 8월들어 각종지표 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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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이건」미국대통령은 민주당이 우세한 하원에서 감세안을 포함한 그의 정책의 지지를 획득함으로써 의회의 정치역학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켰으며 미국의 경제정책에 급격한 전환을 이루고 있다. 국내외에 걸친 난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8월 한달 동안 캘리포니아의 농장에서 휴가를 즐기는 배짱을 지닌 「레이건」은 이제 서서히, 그러나 구체적으로 「혁명」을 성공시켜 가는 조짐을 보인다. 8월 들어서 미국의 각종 경제현상이 서서히 호전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14일 미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중의 미국내 생산자 물가상승률은 0.4%에 불과했는데 이는 연상승률 5.5%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해 상승률 11.8%의 절반도 안되는 극히 양호한 것이다.
그나마 식료품을 뺀 나머지 상승률은 월 0.1%에 불과했다. 역시 노동성이 발표한 7월중의 인플레율은 연간 8.5∼9%선에 머물러 많은 경제학자들조차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다.
6월의 연8.8%선의 인플레율을 포함, 미국의 인플레는 연5개월째 10%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금년초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선 후 고위 경제관리들은 금년도의 인플레가 11%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한바 있으나 이것이 9%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역시 14일 발표된 연방준비이사회의 보고서도 예상외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7월중의 미국내 생산고가 0.3%나 증가했다는 통계가 바로 그것이다. 불과 1개월 전인 6월엔 생산고가 오히려 0.1%나 감소했는데 추세가 반전하여 0.3%의 증가현상을 보였다.
7월까지만 해도 저조했던 국내자동차 판매량이 8월 상반기에 상당한 증가를 보여준 것도 자동차업계엔 큰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8월1일부터 10일까지 미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5만3천대로 전년동기의 11만9천 전대보다 무려 30%의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제너럴 모터즈사는 같은 기간에 전년대 33.9%의 증가율 보여 전체시장의 65.7%를 차지하는 호황을 누렸고, 포드사는 전년동기대비 24.8% 늘었으며 한때 파산일보직전에 까지 갔던 크라이슬러사조차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3%의 판매증가를 기록, 크라이슬러사 간부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성을 지르고있다.
이밖에 침체 속에서도 취임초 8%를 육박하던 실업률이 하강세를 보여 7월말현재 7%를 기록, 당초의 예상보다 훨씬 마음을 덜 쬐게 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경제활동을 여러 차례나 주름지게 했던 미국내 휘발유가격이 완만하나마 연 3개월째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생산자 물가 및 인플레의 둔화, 생산과 자동차 판매고의 증가, 실업률의 안정세등의 현상에 대해「레이건」 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상당히 「조심스런 낙관론」을 펴고 있다.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위의 「머리·와이덴봄」위원장은 『아직 미국경제가 풀려가고 있다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나 도매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모두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좋은 징조로 볼 수 있다』고 논평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사설을 통해 『미국경제는 지금까지 모두 외적인 요인, 즉 전쟁·오일쇼크·인플레등 때문에 부침을 거듭해 왔으나 「레이건」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긴축예산과 감세라는 「의도적인 조치」로 미국경제의 방향을 되돌리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하고「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정책의 성공여부는 과연 실업과 국민들의 고통없이 인플레를 잡을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갖가지 사회복지 예산은 대폭 삭감하면서 국방비만은 사상 유례없이 증액시킨 새예산안과 향후 3년간 25%의 감세를 감행한 「레이건」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레이건」의 정치생명과 직결돼있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8월초에 실시한 AP·NBC 여론조사결과는 미국인들의 63%가 「레이건」의 대통령직 임무수행을 지지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연말께가서는 고금리 정책도 완화되고 주택과 자동차 경기가 되살아나고 감세와 국방비 증액같은 요인들이 전반적인 경기자극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있다.
「레이건」혁명으로 또 국가분위기도 크게 바뀌고 있다.
10여년 전에 너도나도 내동댕이쳤던 국민의 애국심이 다시 되살아나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애국가가 전국에 메아리치고 있다. 지난 국기제정기념일(6월14일), 독립기념일(7월4일)행사때는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인파가 몰려 모두 조국찬미에 열을 올렸다.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의 열광은 성조기 판매에서 입증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성조기 메이커인 뉴저지주 애닌사는 올들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는 성조기 판매에 즐거운 비명이다.
애닌사뿐만 아니라 다른 국기메이커도 모두 올해 국기 판매실적은 작년보다 10%이상 더 늘어났다고 말한다.
군복도 완전히 복권됐다.
육·해·공·해병 4군은 이제 1백%의 병력충원을 자랑하고 있다. 신병의 질도 크게 향상됐다. 작년엔 신병의 46%가 고졸이었으나 올해엔 고교졸업자격을 갖지 않고 있는 신병수가 26%밖에 안된다. 군복무 기간을 마쳐도 45%가 재 입대하고 있다. 이 같은 군복의 복권에 따라 ROTC지망생도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ROTC제를 폐지했던 스탠퍼드대는 올 가을부터 이제도를 부활시키기로 했고 미주립대·퍼츠버그대등에서는 전체학생의 20∼75%가 ROTC 교육을 희망하고 있다. 「미국회귀」가 정착돼가고 있다.【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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