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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 시켜 수감자 확인구속 피의자 가족 금품갈취 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구속된 피의자 가족을 울린 사기범 뒤에는 현직교도관이 버티고 있었다.
13일 검찰에 상습사기 등 혐의로 구속된 주범 이원호(47·서울 신정동20의1)와 공범 이응종(47·서울구치소 교도관·교사)은 25년 동안 사귄 친구사이.
주범 이는 폭력·절도·사기 등 건과 11범이고 교도관 이는 25년간 교도관으로 근무하면서 작년 말에는 모범교도관으로 뽑혀 대통령표창까지 받았던「두 얼굴의 사나이」다.
주범이의 사기행각은 단순하면서도 지능적이었다. 신문에 보도된 구속피의자의 이름과 주소를 전화번호부에서 확인, 그 날밤에 피의자부인에게 전화를 건다.
내용은『교도관인데 남편이 옥중에서 법무부의 김 과장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해서 연락했다』며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다.
이때『김 과장은 절대 돈을 안 받으니 억지로라도 줘야 된다』는 말을 덧붙인다.
가족이 황송해 하며 전화를 걸면 주범 이가 1인2역으로『김 과장』이라며 받는 수법이다. 가르쳐 주는 전화번호는 식당·다방·해장국집 등을 임시로 이용하는 것.
이와 만나는 피해자들은 당당한『법무부과장』앞에서 고개를 들고 바로 보지도 못해 말고기사건으로 구속된 조연학씨(40)의 부인 이 모씨(36)는 3차례에 4백50만원을 주면서 범인의 얼굴조차 기억 못할 정도였다.
이때마다 이는 말끔한 신사복에 손목에는 4백50만원 짜리 금딱지 롤렉스시계를 차고 금테안경을 쓰고 검은색 자가용승용차를 타고 다녀 누가 보아도 사기범으로 의심할 수는 없는 차림이었다.
이는 14세 때인 48년 미군정 하에서「딘」소장의 손목시계를 훔쳐 소년원에 간 것을 비롯, 자유당 시절에는 정치깡패로 유명한 이정재 밑에서 국제극장 수표 원으로 폭력을 휘두르던 건달출신.
중졸의 학력으로 중학교 때 축구선수였다는 것을 구실로 축구 인으로 행세, 대한축구협회장이 발행한 축구장 출입증을 갖고 많은 현역축구감독을 친구로 사귀고 있었으며 주민등록증도 2개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가 자백한 범행만도 말고기사건(4백50만원), 세일수산횡령사건(2백90만원), 불량식용유사건(30만원), 총무처사무관뇌물사건(2백6만원), 불량소시지사건(32만원)등 50여건에 4천여 만원.
이는 피해자들이 만나자마자 스스로 자기주머니에 돈을 넣어 주기에 바쁘더라고 비웃었다.
주범 이가 서울구치소 교도관 이를 공범으로 끌어들인 것은 지난1월.
불구속 사건인데 신문에 구속으로 잘못 보도된 것을 같은 방법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들통이 날 뻔한 일이 생겨 수감여부를 확인하느라 필요했던 것.
교도관 이는 주범 이에게 범행대상자가 수감중이란 것을 확인해 주고 3차례에 1백40만원을 받았다고 자백했으나 검찰은 이가 교도관의 신분을 이용, 재소자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외부와 연락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18건(18만원)의 사소한 부조리금품을 구치소당국에 자진신고 해 작년 12월에는 모범교도관으로 뽑혀 대통령표창까지 받았음이 밝혀졌다. <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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