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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가 횡행하는 세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며칠동안 우리사회에 나타난 범죄의 양상중에 특히 사기범의 급증이 눈에 띈댜.
범죄라는것이 어제 오늘 갑자기 생긴것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두드러진 범죄양상을 보면 특히 지능화의 추세를 읽을수 있다.
어느 의미에서는 폭력범죄 보다도 지능범죄가 사회에 더 큰 해독을 끼친다고 할수있다.
왜냐하면 폭력범죄의 대부분은 계획된 범행이기보다는 우발적인 경우가 많고 단순한 격정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적지않다.
그에비해 사기를 비롯한 지능범죄는 우선 그 계획성이 가증스러울뿐더러, 조직적이며 음성적이라서 오히려 비인간적이다.
사기의 말뜻을 보면「남을 속여 착오에 빠지게하는 위법행위」지만 그것은 타인에 대한 모멸과 자기에 대한 부당한 자만심을 전제로 하는 때문에 그 속셈이 더욱 악질적이다.
여기엔 두가지 용서못할 사회적 도덕적 「죄성」이 있음을 간과할수 없다.
그것은 우선 직접적으로 남에게 재산상의 불이익을 초래케한다는 사실이고 다론 한편으론 남의 인격과 선의와 신뢰와 지려를 통틀어 무시함으로써 초래하는 반사회적·비도덕적「악성」이다.
전자의 경우는 법적으로 재산의 판상이나 징벌로 보상된다고 할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리 쉽게 보상·속죄된다고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타인을 속이는 일이 타인의 인격·지려를「웃음거리」화함으로써 타인을 비참하게 모멸하는 것은 우선 인권적측면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때문이다.
그것은 사회전체의 기반이 되고 지속력이 되는 신뢰와 선의에 통격을 가함으로써 그 사회전체의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더없이 위험한 범죄행위다.
최근 며칠동안의 사회면보도를 장시 훑어보더라도 부산한국은행지점사기사건을 비롯해 사장을 시켜주겠다고 꾀어 돈있는 사람을 끌어들여 재산을 빼낸뒤 달아나는가 하면, 주민등록표의 사진을 바꿔붙이고 인감을 바꾼후 남의 금을 사취하는 새로운 사기수법마저 등장하고 있다.
이는 개인을 속이는 행위지만 집단을 속이는 경우도 있다.
저울을 조작해서 고기근수를 속이는 푸줏간이 있는가하면 정부미를 일반미로 속여 부당이득을 취한 싸전도 있었다. 이들이 사기행위로 취하는 이득이 그리 큰것은 못되겠지만 그것의 사회성을 생각하면 이들의 사기는 결코 경미한것은 아니다.
뿐더려 고속도로에서 가짜 기동순찰대행세로 돈을 뜯는 사기, 실직교수로부터 소개비를 뜯는 무허가「교원임용상담실」사기, 구속자의 가족을 속여 금품을 뜯는 사기도 나타났다.
이들 사기는 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곯리는 경우이며, 또 공직을 사칭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
곤란한 입장에 처한 사람을 동정하고 도와주기는커녕 이들을 한층더 고통스럽게하고 괴롭히는 인면수심의 사기족들은「반사회적 기생충」이랄밖에 없다.
그러나 그중에도 공직사칭 사기행각의 위험성은 우리사회의 구조적 병리를 표현하는 것으로서 더욱 징계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이는 공직자체의 공신력에 위해를 가한다는 측면에서뿐 아니라, 우리사회에 미만한 공직의 특권의식, 국민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적 관료행태가 현실적으로 뿌리깊이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로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와같은 사기행태의 보편화는 단순한 범죄증가의 사실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도덕성과 정당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여져야한다.
그러니까 이같이 사회정의와 도덕성에 위해를 주는 사기범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징벌이 요청될뿐 아니라, 이런 악질적 지능범죄에 희생이 되는 선량한 시민들을 보호하기위해 법률상담기구의 활용도 보다 확대되어야겠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사회의 도덕적기반을 다지기위해 정부와 사회가「올바른 시민상」의 정립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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