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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여관」의 세뇌공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4일 인천항에 귀환한 제2태창호선원 17명이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억류생활 8개월 동안의 생활을 낱낱이 폭로했다. 어부들의 증언을 듣노라면 북괴의 이른바「교육」이나「학습」이 얼마나 치졸한 것인가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계속되는 강제학습 시간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노래배우기」에서부터 그 「은혜에 감사」하는 편지를 써서 낭독하기, 「향도(嚮導)의별」,즉 김정일에 대한 존경심 서약하기등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김정일을 가리켜『세계명작을 2천권이나 읽은 가장 위대한 학자』이며 『세계 모든 나라 언어에 능통』하고『미술·음악·체육·사격에도 만능』이라고 소개한 대목이다. 이쯤되면 이제 갓마흔을 넘은 김정일은 천재나 초인, 전인의 경지를 넘어 입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랄수밖에 없으니 유물론을 숭배하는 그들이라 신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만해도 다행이다.
이른바「정권」을 아버지가 아들에게「세습」시키는것 자체가 정상은 아닌터에 김일성 부자에 대한 우상화도 이 정도면 광인들만이 할 것이다.
결국 국토의 절반이 이들「광인」집단에 의해 지배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이번 납북어부들의 증언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절감하는 것이다.
그들은 또 어부들에게『곧 남조선에서 혁명이 일어나니 돌아가서 혁명세력을 구축하라』고 이른바 공작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고향에 돌아가서『북한을 비방하면 요원을 시켜 몰살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이 모든 작태를 한편의 코미디로 웃어 넘길 수 있으면 좋겠으나 현실은 냉엄하다. 북괴가 이와같은 세뇌교육의 대상이 될 어부들을 정기적으로 납치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제2태창호 선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이 지난6월 백두산지역 김일성학습현장 강제견학을 갔다가 돌아왔을 때 숙소인 사리원의「38여관」에 제1공영호의 선원들이 묵었던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제1공영호는 선원 21명을 태우고 지난 6월11일 서해상에서 납북된 어선으로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있다.
이로 미루어 북괴는 정기적으로 우리 어선을 납치해 8개월 내지 10개월의 세뇌교육과 강제학습을 시킨 뒤 공작지령까지 주어 돌려보내고 있으며 제1공영호는 제2태창호의 다음번「학습목표」가 된 것이다.
이와같은 주기적인 어선의 납치와 송환은 해왕6호와 7호가 납북된지 10개월만인 작년11월에 귀환한것을 비롯해서 지난 5월에 귀환한 제2남진호도 이번 경우처럼 8개월만에 송환된 사실을 보면 명백해진다.
더구나 학습장소로는 이번의「38여관」외에도 원산의「국제여관」이 있다니 북괴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음모가 입증된 셈이다.
결국 이것은 평화통일을 외치는 그들이 구호와는 달리 대남적화책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어선납치라는 비인도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내외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우기 어부들의 교육을 담당한 부서가 평화통일위원회라고 하니 그들의 평화통일이란 유사시의 무장봉기세력부터 기르자는 것인가.
아무리 어부들을 납치해서 교육이란 것을 시켜봤자 그들의 정체를 너무나 잘 알고있는 우리로선 거기에 현혹될 사람이 없을 것인즉 도로는 그만두고 지금까지 송환 안한 4백45명의 우리 어부를 즉각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차제에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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