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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성자탄 생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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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2면

전후사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는 세계평화가 핵 공포의 균형 위에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7O년대에 들어와서 미국과 소련의 핵 전력 수준이 모두 상호 확증파괴능력(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을 갖추게 됨으로써 핵무기의 생산은 사용하기 위한게 아니라 힘의 상징으로 보유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략개념이 등장했다. 미국과 소련이 이 상호확증파괴능력을 갖추고 있는 한 어느 일방이 선제공격(제1격)으로 상대방의 핵무기와 산업·군사시설을 상당부분 파괴한다고 해도 공격받은 쪽은 파괴를 면한 핵무기만으로도 보복공격(제2격)을 가하여 상대방의 대도시와 산업·군사시설을 파괴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핵무기의 발달은 핵전쟁을 예방하는 기이한 역할을 담담하게 되었지만, 미국이확증파괴력의 기술적 우위에 안주하고 있는 동안 소련은 꾸준히 핵 전력의 양적증가를 계속하여왔다.
이것이 바로 소련의 대미 군사적인 우위의 바탕이 되는 것이고,「레이건」대통령이 서둘러 시정하겠다는 것도 이 부분이다.
「레이건」행정부가 전역 핵무기의 극동배치를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카터」행정부가 중단했던 중성자탄의 생산과 미국 내 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미국이 이와 같이 대소군사력 우위의 돌파구를 전역 핵 전력의 범위에 드는 중성자탄에서찾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략핵은 원칙적으로 미소전략무기제한협정(SALT)에 묶여 있고, 소련이 유럽전선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누리는 지상전력, 특히 5만대의 전차와 5만5천대의 장갑차량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중성자탄이다.
뿐 아니라 나토군과 바르샤바군의 대치상태는 아시아전선과는 달리 전략핵무기 보다는 중성자탄 같이 8인치 포탄이나 랜스미사일에도 장치할 수 있는 전역(전술)핵무기를 한층 효과적인 무기로 요구하는 것이다.
전략핵이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인데 반하여 크루즈미사일, 퍼싱2미사일 같은 전역핵과중성자탄은 「사용 가능한 무기」라는 점에서 중성자탄의 생산결정은 중거리이하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시키고, 제한핵전쟁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독을 제외한 나토회원국의 여론이 크루즈, 퍼싱2, 중성자탄의 배치를 소련에 전역핵무기사용의 구실을 준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정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소련은 이미 최신형 중거리탄도유도탄(IRBM)인 SS-20과전폭기 백파이어를 유럽전선과 극동전선에 배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레이건」행정부의 결단은 현명한 것이라고 본다.
소련도 중성자탄개발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이지만 핵무기개발의 기술에서 미국이 월등히 앞서있는 만큼 소련의 중성자탄이 실전단계까지 이르자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고, 그때까지는 「사용 가능한 핵무기」에서 미국은 우위를 유지할 것이다.
미국의 우방과 동맹국의 입장에서 보자면「레이건」행정부의 결단은 70년대에 위축일로에 있던 미국의 국제적인 지위와 리더십의 역전을 의미하고, 따라서 대미신뢰가 그만큼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와인버거」미국방장관은 중생자탄이 결국은 해외기지배치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여 한국배치의 가능성도 일단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극동전선에서 소련에 의한 핵공격의 위협은 전략핵의 차원이라 중성자탄의 위력은 거의「전무」하지만 북괴나 베트남의 호전성을 견제하는데는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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