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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당뇨·암 치료제를 설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현대 과학의 총아 컴퓨터가 제약 업계에서도 점차 그 지위를 굳혀 가고 있다.
어떤 약을 개발할 때 컴퓨터를 쓰게 되면 단시간 안에 적합한 약을 설계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작용을 없애는데도 큰 효과가 있다.
미국의 제약 회사들은 그 동안 약으로 상품화 될 만한 물질들을 찾아낸 다음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수년간의 검사를 거쳐 개발 여부를 판정해 왔다.
이렇게 실험을 거쳐 시장에 나오는 약은 대략 8천개의 연구 물질 중 1개골로, 이 때문에 인력과 금전의 소모가 많아 자연 약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컴퓨터로 약을 설계하게 되면 몸 속에서 약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에 꼭 맞는 약을 만들 수 있어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컴퓨터 제약 설계는 우선 컴퓨터에다 약이 되는 물질들의 분자 구조를 모두 기억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다음은 이러한 약들이 체내에 들어갔을 때 약과 작용하게 되는 효소 등 각종 수용체의 분자 모델을 기억시킨다.
이러한 수용체 분자들은 각기 독특한 모양으로 되어 있어 수용체의 요철 부분과 약의 요철 부분이 서로 들어맞을 때 부작용 없이 약효를 최대로 높일 수 있다.
컴퓨터 설계에서는 약이 되는 분자의 모양을 화면에 불러내어 수용체의 그림과 맞도록 조절하고 그때의 약이 되는 물질의 분자 구조를 결정, 이에 따라 약을 만들게 된다.
아직까지 컴퓨터로 설계된 약이 인체에 실제 쓰이지는 않았지만 머크사는 당뇨병 치료제를 개선해 동물 실험을 하고 있다.
소마토스타틴이라는 호르몬은 혈당을 조절하는 글루카곤이라는 물질을 배출케 해 혈당의 적정 유지를 돕는다.
그런데 이 천연 호르몬은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치료제의 가치가 없었다. 연구진은 컴퓨터를 이용해 소마토스타틴의 길다란 아미노산을 짧게 설계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호르몬을 쥐·개·원숭이에 투여한 결과 천연 호르몬보다 10∼40배나 더 긴 시간 동안 체내에 머무른다는 것이 밝혀져 인체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디스커버러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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