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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폭력」 왜 일어나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고교축구장에 폭력이 횡행, 심각한 문젯거리가 되고 있다. 물론 학원스포츠에서의 이러한 불상사는 어제 오늘의 돌발사가 아니다. 예사로 저질러지고 있는 악습과 같이 돼버린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이런 현상이 왜 빚어지고 있는가.
체육계가 지적하고 있는 요인은 3가지. 축구에 종사하는 지도자와 선수들의 한심한 품격, 심판들의 무능, 그리고 대학입학의 특혜장치인 소위 특기자 제도다.
축구뿐만 아니라 대부분 인기 구기종목의 고교선수들이 학업은 전혀 도외시하고 담임선생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며 자신의 한자(영자)이름을 자신있게 쓰지 못할 정도로 지적수준이 낮다는 얘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학생직업선수」라는 한국 특유의 기현상이 일반화된 풍토에서 건전한 스포츠맨십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이러한 파행상의 바탕에는 60년대 중반 이후 학원스포츠 팀을 학교의 선전도구로 전락시켜 운영해온 교육지도자들의 비교육적 처사가 숨어있다.
본 궤도를 이탈한 학사운영이 축구나 야구 선수들을 『학생이 아닌, 학교에 고용된 운동기술자』로 만들고 만 것이다.
학원스포츠팀의 코치들도 전혀 신분보장이 안된 채 불과 10만∼20만원대의 낮은 보수를 받으며 임시 고용된 형편이니 자신이나 선수들에게 준법·질서정신을 요구할 여유나 자질이 있을 수 없다. 건전한 분별력이 모자란 이들 스포츠 종사자들을 더욱 오도하고 있는 것이 특기자 제도다.
전국규모대회에서 단체경기 4강, 개인경기 3위 이상의 입장에 주어지는 대학입학 특기자 제도는 고교선수들에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필사적인 과열승부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배운 것이 운동밖에 없으니 사회에 나가 자립하기 위해 대학의 문을 기필코 통과해야 하고 4강 입상을 위해 사생결단의 투쟁을 그라운드에서 벌여야 하는 것이다. 고교선수들에게는 게임 하나하나가 대학입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촉매작용을 하는 것이 축구심판들의 자질 부족. 축구경기 때마다 오심시비가 나올 정도로 심판의 문제는 심각하다. 이 점은 직업심판제의 확립 등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선 단시일 안에 해결되기 어려우며 현역 심판들의 성의있는 연구자세를 촉구할 수밖에 없다. <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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