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서 본 과보호국 일본」|「방위무임승차」하고도 일은 경협에 너무 인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의 권위있는 월간지 프레지던트는 8월호에서 한국경제를 담당하는 기업과 리더를 특별기획으로 취급하고 삼성 이병철 회장과의 인터뷰기사『서울에서 본 과보호국일본』을 2페이지에 걸쳐 실었다.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일본의 과보호와 일방적 이익추구를 지적하고 무역상의 호혜주의, 기술이전, 아시아 평화를 위한 일본의 역할을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중앙일보「경제왕래」에 낸 회견내용의 상보다. <편집자주>
일본은 일본만이 부자가 되고 싶은 것 같다.
일본사람은 부지런히 일하고 미국기술을 열심히 배워 자동차 같은 것은 미국을 위협하게 되었다. 일본의 대미자동차 수출은 연 1백70만대로 절충이 된 것 같으나 일본차의 흡수 때문에 크라이슬러는 파산직전에 있고 포드도 위험하다.
만약 양 사가 도산하면 많은 실업자가 생길 것이다. 그런 경우『자유경쟁의 결과여서 어쩔수 없다』고 시치미를 뗄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싼 물건은 산다는 주의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수출 공세 때문에 실업자가 넘쳐흐르고 경제가 큰 타격을 받으면 정치가는 가만히 못 있게된다. 당연히 자동차의 관세를 올리거나 경우에 따라선 수입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
한일경제관계를 놓고 한국 측에서 본 일본의 행동은 미일관계이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흔히 일본은 무역의 언밸런스가 그 하나다. 작년 한국의 대일 수입은 58억 달러, 수출은 30억 달러로 28억 달러의 적자였으며 79년은 약33억 달러, 78년도 34억 달러의 적자였다. 65년 한일 관계 정상화 후 한일무역역조는 2대1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이 중문자재나 부품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그것을 가공·조립해서 수출하는 구조에 의한 것으로 이 구조가 존재하는 한 「한국의 수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한다」는 패턴은 시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국 측에서는 가공비만, 일본측에는 많은 부가 모이게 된다. 자재나 부품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제조설비·기계는 처음에 그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했다. 때문에 보수부품도, 갱신설비도 모두 일본에서 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무역역조문제가 나올 때마다 일본은『한국이 무역역조를 시정하려면 일본 기계를 안 사가면 그만 아니냐』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한국은 반발한다. 한일무역의 언밸런스는 한국경제의 구조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조속히 해결할 수 없음은 한국 측도 잘 알고있다. 다만 한국이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이 구조 조정을 위해 일본측이 얼마나 성의 있는 자세로 임하고 있느냐하는 사보일 것이다.
일본은 기계·전자 등 경쟁력 있는 부분만 문호를 개방하고 섬유·수산 등 약한 부문은 계속 수입할당제·고율 관세 등으로 교역장벽을 높이 쌓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선진국이 취할 태도라고 할 수 있는가.
금액상으론 사소한 것이지만 생사 문제만해도 그렇다. 일본이 한국 생사를 모두 사가도 연2천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것을 일본이 모두 사가서 10년 동안 창고에 쌓아 둔다해도 2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대일 입초가 1년에 3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과 비교할 때 문제도 되지 앉는다.
생사는 62년께 내가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을 때 일본경제사절단이 와서 제발 좀 팔아 달라고 한 물건이다.
그때 우리는 그 말을 믿고 경작지를 뽕밭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그래놓고 지금 와서 사지 않겠단다.
이러한 사소한 일로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일본에 대해서도 결코 득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일본측에서 본 한일무역의 비중은 80년의 경우 대한수출이 전 수출액 1천2백99억 달러의 4.5%, 대한수입은 전 수입액 1천4백5억 달러 중 2.2%일뿐이다. 한국 측에서 보면 대한수출이 전 수출액의 17.4%, 대일 수입은 26.3%로 돼있다. 한국 측의 무역적자는 주로 대일 적자에 의한 것이다.
요즘 기술 이전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이 중화학공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려 면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이 필수적이다. 당연히 한국은 일본에 대해 기술이전을 기대한다. 그러나 일본은 경쟁의식 때문에 기술 팔기를 기피한다. 심지어 한국사람들이 일본공장근처에 가는 것조차 막고 있다.
심한 경쟁만 하지 않으면 서로가 유익한 것인데 매우 유감스럽다.
무역문제뿐만 아니다. 세계평화와 아시아의 안정을 위한 일본의 자세와 기여에도 문제가 있다.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한국은 국가예산의 37%, GNP(국민총생산)의 6%를 국방비로 써서 60만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GNP가 한국의 25배나 되면서 GNP의 겨우 0.9%를 방위비로 쓰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일본의 방위 무임승차」를 뜻한다.
일본은 이제까지 운이 좋고 또 열심히 일해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너무 과보호해선 안될 것이다.
프랑스가 밝혔듯이 자유무역은 공존공영을 위한 것이다.
NHK보도를 통해서 「미테랑」대통령도 『이제는 외국차의 셰어를 3%이상은 허용하지 않을것』이라고 잘라 말했으며 유럽은 『일본이 우리들의 생활안정을 파괴하고 있다』고 까지 말하게 됐다. 그러니 일본의 대한마찰은 이미 당사국간의 문제를 넘어서 국제적인 문제로 확대된 느낌이다.
나라간의 불편한 관계가 심화되면 불행한 사태가 온다.
2차대전전 석유와 고철의 금륜을 비롯한 통상 마찰이 급기야는 태평양 전쟁으로 번졌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나가면 일본만이 번영하고 상대국은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인플레가 일어나고 실업자가 생겨 급기야는 사회불안과 정치파탄의 요인을 만들게 될것이다.
언제나 전쟁은 경제적인 요인에서 일어났지만 무역마찰의 격화 때문에 민중의 생활이 파탄되면 결국 종착점은 전쟁이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무역상의 상호이익을 존중하면서 세계의 공존공영을 위해 기여해야한다.
특히 아시아에선 EC와 버금가는 아시아역내의 경제협력이 필요하다. 일본은 그 점을 냉정히 생각해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