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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황태자비 탄생…런던의 명물 안개도 자취 감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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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런던29일 UPI로이터=연합】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에 이어 영국의 제42대 국왕이 될「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스펜서」 양의 세기적인 결혼식이 29일 2천5백여 명의 세계각국 경축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성 바오로성당에서 「로버트·런시」 캔터베리대주교의 집전으로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의식에 따라 거행됐다. 세계 1백개 국가의 약7억 인구가 TV중계를 통해 지켜본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양의 성공회의식에 따른 혼배성사는 애정대로 상오11시(한국시간 하오7시) 「다이애나」양이 아버지 「스펜서」백작의 인도로 길이 8m의 웨딩드레스 자락을 이끌며 입장, 집전자인 「런시」 대주교에게 넘겨져 신랑인 「찰스」 황태자와 제단 앞에 나란히 섬으로써 시작됐다. 영국의 황태자가 비를 맞은 것은 지난 70년래 처음 있는 일이며 영국여성이 황태자비로 간택된 것은 3세기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약70분간 진행된 이날의 혼배성사는 「헨델」 작곡의 『전사여 노래하라』라는 축하독창과 성인합창단의 합창, 결혼행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두 사람 모두 태연>
【런던=장두성 특파원】○…런던 날씨답지 않게 쾌청했던 29일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양의 결혼식은 정확하게 예정시간대로 진행되어 연도에 운집한 70여만 명의 군중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가운데 식장인 성 바오로성당에 도착한 신부는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뒤이어 트럼핏볼런터리 곡이 연주되는 속에서 부친 「스펜서」 백작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입장했다.
사파이어 목걸이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관을 쓰고 몇백 개의 진주가 박힌 실크공단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시종 미소를 띠며 제단 쪽으로 걸어나갔다. 「찰스」 황태자는 검은 해군복을 입고있었다.
두 사람 모두 태연한 듯 했으나 주례가 선서를 복창시켰을 때 「찰스」는 『모든 세속적인 혜택을 같이 나누고』라는 구절에서 『모든 세속적』이란 말을 잊어버린 듯 머뭇거리다가 결국 빠뜨렸고 「다이애나」는 「찰스」의 풀 네임인 「찰스·필립·아더·조지」 중 필립과 아더를 뒤바꿔 복창했다.
신랑은 신부에게 금반지를 끼워주었는데 왕실전통에 따라 신부는 「찰스」에게 반지를 주지 않았다.
식을 집전한 「런시」 대주교는 축사를 통해 『모든 동화는 사랑이 결혼으로 매듭지어지는 순간에 「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나지만 실생활에서는 결혼이란 끝이 아닌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을 움직이고도 사랑을 못하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해 『물질적인 번영을 성취하더라도 가정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오1시10분(현지시간) 버킹검궁전 앞 광장에 운집한 수십만 명의 축하시민들을 위해 신혼부부와 여왕 및 왕족들은 3번이나 베란다에 나와 손을 흔들었는데 군중들의 환호가 절정에 이르자「찰스」는 신부에게 처음으로 키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하오4시 기차 편으로 첫날밤을 보낼 브로드랜즈 궁으로 떠났다. 우려됐던 「예상 밖의 소요」는 없었다.

<2천5백 명 청첩>
○…이번 결혼식에는 2천5백 명의 인사들에게 청첩장이 보내졌다. 이중 신랑인 「찰스」 황태자에게는 5백장이 할당돼 그가 자라오는 동안 알게된 사람을 자유롭게 초청할 수 있었다.
그가 초청한 특이한 사람은 그가 학교 다닐 때 장난이 심하다고 두 차례나 매를 때렸던 국민학교 교장과 역시 그가 다닌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대 학장이다.
그는 이밖에도 군대생활 때의 동료들, 폴로경기에서 사권 친구들, 희극배우, 시사만화가 등 온갖 계층과 직업의 사람들을 초청, 그의 취미가 다양함을 보여주었다.
「다이애나」에게는. 1백장의 초청장이 주어졌다.
「다이애나」가 보낸 초청장은 학교동창, 자기가 일하던 유치원동료, 하숙동료 등인데 특이한 초청자는 시간제로 아기를 봐주어서 알게된 한 미국여인과 2년 전 무도회에 같이 간 인연이 있는 전 럭비선수 「위도슨」이란 두 사람이다. 이 럭비선수는 지난해 시합 때 척추를 다쳐 반신불수가 된 사람이다.

<두개의 하트그림>
○…온갖 형식과 위엄을 다 동원해 치러진 이날의 혼례행사는 맨 나중에 가벼운 장난과 함께 끝났다.
「찰스」와 「다이애나」가 첫날밤을 맞을 브로드랜즈를 향해 버킹검 궁을 떠날 때 그들이 탄 마차에는 한 다발의 풍선과 「갓 결혼했음」이라고 크레용으로 쓰여진 종이쪽지가 붙어있었다.
측근들은 이것이 장난꾸러기 「앤드루」 왕자의 소행이라고 전했다. 종이쪽지엔 글씨 말고도 두개의 하트를 화살이 꿰뚫은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화려한 신문특집>
○…모든 신문들은 황태자의 결혼식을 맞아 총천연색의 약혼사진을 표지에 담은 화려한 특집호를 냈는데 유독 선데이타임즈지는 성 바오로성당 안에서 빗자루를 들고 서있는 청소부 아주머니 두 사람의 모습을 표지에 넣어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었다. 이 사진 옆에는 『잔치가 끝난 후 누군가가 청소를 해야지…』라는 설명이 씌어있었다.

<약하나마 또렷하게>
【이하 외신종합】황태자는 캔터베리 대주교가 주재한 결혼서약에서 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아내를 사랑할 것이냐는 질문에 『네』하고 힘차고 남자다운 목소리로 대답했으며 「다이애나」 양 또한 약하나마 또렷한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브로드랜즈서 첫 밤>
○…29일 부부가 된 「찰스」 영국황태자와 태자비 「다이애나」 양은 「엘리자베스」 여왕부처가 지난 47년 결혼초야를 지낸 고 「마운트배튼」 경 소유 브로드랜즈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2백만 달러 비용>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스펜서」 양의 결혼식은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든 결혼식중의 하나로서 약2백만 달러의 경비가 들었을 것이라고.
성 바오로성당 임대·결혼케이크·조찬·의상비·외빈 접대비·초청장인쇄비 등에 사용된 엄청난 경비는 영국국민들과 「엘리자베스」 여왕 및 「찰스」황태자가 부담한다.
황실관리들과 지금까지 공개된 보도들에 따르면 이번 결혼식에 소요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안관계=60만 달러
▲버킹검 궁∼바오로성당 연도의 장식=10만 달러
▲결혼식 전야리셉션=10만 달러
▲결혼조찬 및 케이크=4만 달러
▲「다이애나」 양의 약혼반지=6만 달러
▲5명의 신부들러리 및 2명의 시중의상=1만 달러
▲2주간의 신혼여행비=30만 달러

<모조 드레스 나와>
○…「다이애나·스펜서」 양이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를 선보인 지 5시간도 채 지나기도 전에 런던에서는 이와 똑같은 웨딩드레스가 등장, 한 벌에 9백30달러(약68만 원)에 팔리고 있다고.
이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팔고있는 「시드니·엘리스」 씨는 이것이 「단순히 실크와 폴리에스터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약60명의 사진사를 동원, 현장에서 실제의 웨딩드레스를 촬영케 한 후 5시간만에 똑같은 것을 만들어냈다고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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