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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뎅기열 파문 확산… 요요기 공원까지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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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을 입고 공원에 왔는데 모기에 물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이 몸에 모기 방지 약을 잔뜩 바르고 왔다. 공원 옆이 지름길이라 어쩔 수 없지만 무섭다.”

일본 도쿄 시부야(澁谷)구 도립 요요기(代代木)공원과 그 주변에서 모기에 물린 사람들이 잇따라 뎅기열에 감염돼 시민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사이타마(埼玉)현 10대 여성의 감염이 처음 확인된 뒤 9일만인 4일 감염자는 일본 전역에 걸쳐 59명으로 늘었다. 도쿄도는 이날 1967년 개원 이후 처음으로 요요기공원의 80% 지역을 폐쇄했다. 뎅기열은 주로 열대, 아열대 지방에서 흰줄숲모기 등에 물려 감염되며 심할 경우 40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발진·근육통을 일으킨다. 일본 국내 감염은 1945년 이후 69년만이다. 해외 여행에서 뎅기열에 감염돼 귀국한 환자를 물었던 모기가 일본 거주자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

사진은 일본뇌염 매개모기인 빨간집모기(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 제공). 뉴스1ⓒ News1

도쿄도는 2일 공원 10개소에 모기 채집기를 설치하고 276마리의 모기를 잡았다. 검사 결과 4개 구역 모기에서 뎅기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 나무가 우거진 공원 서쪽과 남쪽, 나뭇가지와 퇴비 등이 쌓인 곳에서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흰줄숲모기 서식이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폐쇄된 공원에서 모기를 잡기 위해 대대적인 살충제 살포 작업을 벌였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 전문가들은 모기 서식지를 조사했다. 도쿄도 감염증대책과 직원은 “살충제를 함부로 뿌리면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모기 서식지를 좁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요요기 공원은 연 581만명이 방문하는 대형 공원이다. 이번 주말에는 3건, 9월말까지 총 10개의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공원관리사무소 측은 “행사 주최자에게 뎅기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6~7일 개최 예정이던 ‘일본-인도네시아 시민 우호 페스티벌’도 취소됐다. 요요기공원 옆에는 메이지(明治)신궁과 NHK방송센터가 있다. 최근 메이지신궁을 방문했던 여성과 NHK 여직원 1명, 계약 직원 1명도 뎅기열에 감염돼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뎅기열: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흰줄숲모기 등에 물려 주로 감염된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감염되진 않는다. 치사율은 낮지만 1주일 가량 고열이 지속돼 노약자에겐 특히 위험하다. 보통 감염 후 3~7일 이내에 발병하며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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