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농구월드컵 5개국 감독이 본 한국 농구는?

중앙일보

입력

한국 농구와 세계의 수준 차는 컸다. 16년 만에 농구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농구가 한계만 확인하며 대회를 마쳤다.

유재학(51)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 대표팀은 5일 스페인 라스팔마스 그란 카나리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4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D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멕시코에 71-87로 패했다. 앞서 앙골라·호주·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에도 패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5전 전패를 기록했다.

기술·힘·전략 등 모든 면에서 제대로 된 게 없었다. 한국 특유의 장점으로 꼽혔던 3점슛과 강한 압박 수비는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16년 만에 농구 월드컵에 나섰지만 연습 경기 한 번 제대로 못했을 정도로 준비도 안 됐다. '우물 안 개구리'의 현실만 확인했다.

한국과 맞붙은 5개국 감독들의 평가는 비교적 후하면서도 냉철했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점을 강점으로 꼽았지만 다른 팀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스타일을 약점으로 지적한 감독들이 많았다.

5개국 감독들은 한국 농구에 대해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빠르고 왕성한 활동량을 가장 큰 특징을 꼽았다. 파울로 마체도(46) 앙골라 감독은 "좋은 레벨을 갖춘 팀이다. 특히 내외곽을 오가며 좋은 슈팅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었다. 김주성(35·동부)이라는 선수를 알고 있었는데 다른 선수들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레 즈도비치(48) 슬로베니아 감독은 한국에 가장 후한 평가를 내렸다. 한국은 슬로베니아와 3차전에서 2쿼터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72-89로 패했다. 즈도비치 감독은 "한국은 매우 어려운 팀이었다. 3쿼터에 우리 슈터들이 제대로 공격을 못 했다면 질 수도 있었다. 한국은 경기 내내 많이 움직이고, 매우 터프한 수비를 펼쳤다. 이런 스타일의 농구를 하는 게 힘든데 매우 잘 수행하더라"고 말했다.

반면 냉정한 지적도 있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경기력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상대의 눈에 보이는 단순한 스타일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안드레이 레마니스(45) 호주 감독은 "한국이 좋은 열정을 갖고 있지만 3쿼터 이후에 움직임이 떨어졌다. 이를 우리가 효과적으로 잘 공략했다. 한국은 3점슛 외에 큰 특징이 없어 이를 막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세계 4위인 요나스 카스라우스카스(60) 리투아니아 감독은 "한국이 아시아에서는 좋은 팀이지만 세계에서는 그렇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경기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중반 이후 선수들의 움직임이 눈에 보였다"고 했다. 최종전에서 한국과 상대한 세르히오 모레노(48) 멕시코 감독도 "2쿼터 버저비터 이후에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걸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풍부한 국제 경험이 있었다면 지적받지 않을 수 있었던 약점이었다.

대회 전패를 당한 유재학 감독은 "충격적이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결과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유 감독은 "세계와의 벽을 실감했다. 우리가 몰라서 준비를 못했다. 그래서 참패를 당했다. 우리가 장기로 내세울 수 있는 게 외곽슛, 스피드, 압박 수비인데 상대에게 완벽하게 졌다"고 평가했다. 유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의 개인 기량부터 다질 것을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어느 나라나 충분히 잘 갖춰져 있지만 우리나라만 그렇지 못했다. 개인 기량 발전에 더 신경써야 한다. 어릴 때부터 공을 갖고 놀 수 있는 기량을 숙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라스팔마스=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