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7)제74화 한미외교 요람기(35)|아이젠하워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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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승만 대통령의 남북 통일노선은「맥아더」장군이 주장하는 노선과 부합됐다. 그리고 그것은 미 공화당 견해와도 일치했다.
「맥아더」해임과 관련해 미 상하원 합동 청문회에서 개진되는「맥아더」장군과 공화당 의원들의 얘기를 듣던 우리 대사관은 여간 마음이 든든하지가 않았다.
『왜 한국군을 무장시키지 않았는가』『38선은 누가 만들었는가』『북한이 남침한 것은 결국 미국의 대중공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냐』…우리가 하고싶은 말을 그대로 그들이 대변해준 셈이었다.
「맥아더」가 해임된 결정적 계기도 결국「맥아더」가 공화당쪽 사람과 공통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민주당 정부를 비판했기 때문이었다.
51년4월5일「맥아더」가 하원의 공화당 원내총무였던「조제프·마틴」의원에게 편지를 보낸게 화근이 되었다.「맥아더」는 이 편지에서『한반도 전쟁이야말로 소련이 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최전초 전쟁이다. 이 전쟁은 끝장을 내야한다. 그러나 정부는 나를 구속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미국역사에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솔직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 편지를「마틴」의원이 공개해 신문에 보도했던 것이다.
「맥아더」가 이 편지를 비밀에 붙이는 것을 요구했는지는 석연치 않으나「트루먼」대통령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해임된「맥아더」는 몇 개월간 임원대접을 받았지만 그를 내쫓은「트루먼」은 인기가 하락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실시된 52년의 미 대통령선거는 민주당에는 승산이 적었다. 민주당 후보는 지성인인 델리에게 인기 있던「스티븐슨」이었다.
공화당의 유력한 후보로는「미스터 공화당」의 애칭으로 통하던「태프트」의원이 있었다. 만일 대공 강경론자였던「태프트」가 후보지명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돼「맥아더」의 대한 정책을 받아들였다면 한반도는 통일됐을지도 모른다는 환상도 가져본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로는 2차 대전의 영웅「아이젠하워」가 지명됐다. 그때만 해도「아이젠하위」도 우리 한국민에게 고무적인 인물이었다.
선거유세 중「아이젠하워」는『내가 만일 대통령이 되면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약속해 인기를 모았다. 당시 유엔군사령관「클라크」, 미8군사령관「밴-플리트」가 모두 군사적 승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들은「아이젠하워」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공화당은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정확하게 감지했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는 군인출신이었기 때문에 선거에서 한국전쟁을 활용했다. 예를 들자면「아이젠하워」는『미국이 상대하는 적은 말로는 설득되지 않는다』고 말하고『이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가 선택하는 환경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행동으로 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전쟁으로 적을 패배시키겠다는 얘기였다.
한국 국민들이 이러한「아이젠하워」의 발언에 기대를 가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엔군의 인천 상륙 직후 유엔에서 38선 돌파 논쟁이 발생했을 때 당시 NATO사령관이던「아이젠하워」는『전쟁에서는 승리를 능가하는 것은 없다』면서『한국에서는 당연히 군사적 승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미국 국민들은「아이젠하워」가 한국전쟁도 시원하게 해결해줄 사람이라는 기대를 갖게 돼 그의 인기가 높아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국전을 명예롭게 해결하겠다고 하던「아이젠하워」도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에는 태도가 달라졌다.
달라진 그의 태도는 52년12월 대통령 당선자로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미 역력히 나타났다.
「아이젠하워」의 한국방문 공약은 그의 선거참모였던「에미트·휴즈」의 아이디어로 세상에 나왔다. 일종의 선거용이었다.
그러나 한국쪽에서야 이미 그때쯤에는 휴전회담이 개시되어 있었지만 회담의 진전은 없이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아이젠하워」의「군사적 승리」론 쪽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아이젠하워」의 방한은 결정과정이나 입국과정에서부터 석연치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방한은 처음부터 철저한 비밀에 싸여져 있었고 방문 직후까지 보도관제에 붙여졌으며 실제로「아이젠하워」가 한국 땅을 밟았을 때도 한국정부는 어느 비행장으로 도착하는지조차 몰라 환영도 하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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