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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수뇌회담의 성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선진7개국 정상회담이 당초의 기대보다는 성공적이었다는 인상을 남기고 막을 내린것은 다행한 일이다.
오타와 회담에 큰 기대를 걸수 없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과거 여섯차례의 회담을 주도한「지스카르」(불)와 「슈미트」(독) 두사람중에서 「지스카르」는 실각하고 「슈미트」는 국내정치기반이 흔들리고 있어 이를테면 정상회담의 구심력이 약하다는 사실과「레이건」 「미테랑」「스즈끼」「스파돌리니」(이) 네사람이 신삼자라는 사실때문이었다.
특히 걱정스러웠던 것은 공산당소속 각료를 포함한 프랑스의 좌익정권을 대표하는 「미테랑」이라는 이질적인 인물이 선진국들의 화합에 장애요소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발표된 공동성명과 정치성명을 보면「7인의 수뇌들」은 경제면에서는 세계적인 불황, 정치속에서는 세계도처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소련 팽창주의 위협앞에서 적어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일치는 본것이 분명하다.
진단에는 합의하고 처방에는 구체적인 합의를 보지못한채 삼가 각국의입장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노력으로 그친 것이다.
정치문제의 핵심은 대소관계였다.
서구와 일본은 레이건행정부의 대소강경 일변도가 초래할 역작용을 경계했고, 미국은 선진동맹국들이 소련에 군사목적에 전용될수있는 제품들을 수출하는 것을 견제하는 자세로 회담에 임했다.
그리나「정치성명」이 소련의 군사적우위를 허용할수 없다는 점, 서방측군사력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점, 대소협상과 협력은「힘의 입장」에서 추진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것은「레이건」의 정책이 다른 6인의 수뇌들의 공감을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타와회담의 목표가 현안문제의 구체적인 해결보다는 선진국들의 결속강화에 있었다면 회담이 실패로 끝나지는 않은 셈이다.
이렇게 해서 처음에 경제문제토의위주로 발족한 선진국정상회담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침공을 규탄한 작년의 베네치아회담이래 「정치반, 경제반」의 회담으로 정착된 것도 서방세계 각지역의 안보가 상호연관을 갖고있는 점을 생각하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경제문제에서는 미국의 고금리, 일본상품의 과도한 진출이 격론과 심지어는 분열까지 촉발시킬 가능성을안고 있었지만 각국수뇌들은 충돌을 피하는 슬기를 발휘하여 선진국 경제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인플레와 실업의 윈인이라고 서구선진국들이 주장하는 미국의 고금리는 『금리변동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낙착이 되었다.
결국 거기 모인「7인의 현인」들도 인플레와 실업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최우선의 과제라는 교과서적인 선언을 하는것 이상은 달리 묘안을 찾을수가 없었다.
이점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연말까지는 금리를 조정할수 있을 것이라고 암시하고, 7개국들이 통상회담을 별도로 열기로 하고, 앞으로 경제정책을 변경하는 나라는 다른나라들에 사전통고하여 피해를 줄이자는데 합의한 것은 주어진 여건아래서 최선을 다한 노력으로 평가할만 하다.
선·후진 지역간의 빈궁의 격차가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오타와회담은 『개발도상국들의 사회적인 가치관과 전통의 테두리안에서 경제발전의 촉진을 지원할 자세를 갖춘다』는 성의 없는 수사로 구렁이 담넘어가듯 남북문제를 다룬 것은 심히 불만스럽다.
그러나「미테랑」을 포함한「새얼굴들」의 첫대면에서 대소정책에 관한 불신을 씻고, 「스즈끼」일본수상의 우스꽝스런 정경분리주장을 일축하고 정경이 불가분임을 함께 인식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 인식이 실천에 옮겨진다면 서구와 일본의 대소수출품목에 대폭 조정이 가해져야하고 그런 조치는 군사적인 대응책에 대한 보완조치로도 필요한 것이다.
특히 이번회담이「레이건」중심으로 진행되고 「레이건」의 대소노선이「공인」을 받아 서방선진국들이 미국을 축으로 다시 결속하는 자세를 보인것은 자유세계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고무적인 일이다.
「레이건」이 오타와 회담에서 보인 정치수완과 대소 힘의 우위를 되갖겠다는 결의는 우방들의 대미신뢰회복의 촉진제가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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