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와 유독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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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더위로 사람들의 주의력이 산만해진 탓인지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밤중 왕완가의 주유소가 폭발하는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화상을 입은 참사가 있더니 이번에는 공장의 유독가스가 유출되어 90여명이 한때 중독되는 소동이 일어났다.
두 사고 모두 피해가 그정도에 그친것은 그나마 다행한일이다. 주유소 폭발사고만해도 만약에 저유탬크에까지 불이 옮았더라면, 그리고 가스유출사고가 초저녁이 아니라 한밤중에 일어났더라면 그피해는 엄청나게 켰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관계당국의 집계를 보면 80년 한해동안 우리나라 근로자 11만3천3백75명이 산업재해를 입어 그중 1천2백여명이 목숨을 잃고 1만4천8백73명이 회복못할 신체장애자가 되었으며, 이로인한 경제적 손실만해도 무려 3천1백25억원에 이르렀다.
산재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급격한 산업발전에 따른 부득이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발생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안전과 생명의 존귀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합을 나타내는 것이다. 범연히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산재발생률이 선진국에비해 15∼5배나 높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산재의 증가비율이 사업장의 확장으로 늘어나는 근로자의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우리의 산업안전수준과 그에 대한 노력이 공업화에 비해 훨씬 뒤지고 있음을 여실히 입증하고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관계당국은 물론 모든 기업들은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대책에 역점을 두어 적극적인 개선책을 서둘러야겠다.
사업장의 안전시설과 안전관리및 감독불충분 등 기업측의 인식부족으로 인한 재해가 전체의 44.5%룰 차지한다는 사실만 보아도 산재예방을 위해 기업의 책임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전시절에 대한 투자가 마치 낭비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낡은 사고방식은 이제 탈피할 때가 되었다.
사고가 발생해서 기업이 입는 직접적인 손실이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산재나 직업병으로 근로자에게 주는 피해가 그 성격상 물질적인 보상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는바가 있어야할 것이다.
사고가 나면 으레 『불의의 사고』였다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사고원인을 꼼꼼이 따지고 보면 불의의 사고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다.
서울한남동 주유소폭발사고의경우 급유탱크에 부착되어 있는 유량계기에서 휘발유가 새어나온데 원인이 있었고, 구로공단 가스유출사고만해도 가스저장탱크에 결함이 있어 일어난 것이다.
산재의 99.8%는 예방이 가능한 것이고 불가항력적인 것은 0.2%에 불과하다고 한 당국의 원인분석도 있었지만, 사고가 있을때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층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산재예방을 위해서는 기업이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한 타성을 벗어나 근로자의 안전조업과 작업환경개선에 과감해야할 것이며, 당국도 이에 대한 감독을 보다 칠저히 하는 일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한편 근로자들 역시 우리주변에 널려있는 안전수칙을 허울만의 구호로만 여기지 말고 불행한 재해를 스스로 예방하는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안전수칙을 체질화해야함은 물론 당국과 기업이 실시하는 안전 교육에 적극참여하고 작업장의 환경개선을 회사측에 강력히 건의하는 등 자위운동을 벌여야할 것이다.
이런 조건들이 성숙할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산재왕국』 이란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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