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전국 덮친 폭우|12명 사망-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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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예산=진창립·이호범기자】주말인 11일 하오부터 충남·호남 서해안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 전역에 내린 호우로 전국에서 12명이 사망 또는 실증됐고 5명이 부상하는 등 17명의 인명피해를 냈으며 2만 9천여㏊의 농경지가 침수 모는 매몰됐다. 또 3백 95동의 가옥이 전·반파 또는 침수돼 1천 1백여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이밖에 도로·하천·수리시절이 유실되는 등 모두 17억 9천 4백여 만원의 재산피해(중앙재해대책본부 집계)를 냈다. 이번 피해는 평균 1백 40㎜ 안팎의 호우가 쏟아진 전남·충남 두 지방에 집중돼 전남의 경우 2만 2천 3백 90㏊의 농경지가 잠기는 등 9천 3백 50여 만원, 충남에서는 15억 6천 여만 원의 피해를 냈다. 서울과 경기·전북 일부 지방에서도 피해가 있었다.

<제방붕괴>
12일 상오 9시쯤 충남 예산군 신암면 중예리 1구의 삽교천이 범람하면서 제방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본 이장 이규식씨(47)는 마을 청년들을 동원, 64가구에 위험을 알려 대피토록 하는 한편 흙 가마니 등으로 무너지는 제방을 막는 작업을 폈다.
이씨 등 청년 10여명이 제방에서 3O여분간 작업하다 불어나는 강물을 견디다 못해 1백m쯤 떨어진 마을에 되돌아오는 순간 두께 3m·높이 5m의 제방이 곳곳에서 무너지며 흙탕물이 마을을 향해 덮쳐 내려왔다.
중예리 김기영씨(47)는 아침 식사 후 마당에 나와있는데 큰집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면서 제방에서 산더미 같은 흙탕물이 덮쳐 가족들과 급히 늪은 지역으로 피했다고 말했다.
삽교천의 제방 6개소(2백 40m)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중예리 가옥 64동이 황토 물에 잠겼고 이웃 별리 2구 32동, 예림리 2구 38동 등 3개 마을 1백 51동이 1시간 여만에 완전 침수됐다.

<침수>
삽교천 제방은 11일 밤 홍성에 2백 61㎜ ,예산에 2백 16㎜나 내린 폭우가 한꺼번에 밀려 내려오면서 질이 좋지 못한 흙으로 축조된 제방 6개소 2백 40m가 붕괴됐다.
이 제방의 붕괴로 신암면 중예리 1·2구, 별리 2구, 예림리 2구 등 3개 마을과 강물이 범람한 강 건너편의 고덕면 상궁리·당진군 합덕읍 신리 일대의 8백 7O정보가 황토물바다가 돼 대부분의 가옥이 창문높이까지 침수됐다.
제방이 붕괴된 이후 불과 1시간만에 최고 3m의 수심에 잠긴 중예리 등 3개 마을의 주민들은 긴급 대피했으나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주민들은 육군 헬기 등 군용 헬리콥터 6대·구조선·뗏목 등으로 구출돼 이재민 6백 87명이 가까운 조림 국민학교 등에 분산 수용됐다.

<인명피해>
12일 상오 10시 30분쯤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부곡리와 울대리 사이의 부곡하천을 건너던 김의웅씨(37·소곡리 552의 6)의 장녀 미애(7·송추국교 4년)·2녀 미옥양(7·송추국교 1년)등 2명이 급류에 휘말려 숨졌다.
이들 자매는 집에서 5백여m 떨어진 송추 감리교회에서 아침예배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다 동생 미옥 양이 폭 12m·깊이 50㎝의 부곡천을 먼저 건너다 빗물에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자 동생을 구하려고 미애 양도 물에 뛰어들어 변을 당했다.
▲12일 낮12시 4분쯤 충남 예산군 고덕면 효교천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이 마을 이충옥(18)·충군(16)군 등 형제가 급류에 휘말려 숨졌고 예산군 신암면 중예리 김영근씨(25)는 수해로 끊어진 전기 줄에 감전돼 숨졌다.
이밖에 전남지역에서 3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구조>
중예리 등 3개 마을이 위험해지자 군부대에서 육군헬기 3대 등이 급거 출동, 4∼5명이 탈 수 있는 구조망·사다리 등을 내려보내 고립된 주민들을 안전지역으로 실어 날랐다.
헬기 구조작업을 지휘한 신승언 대령(42)은 이날 낮부터 하오 6시까지 5시간에 걸쳐 이규신씨(71) 등 75명을 구출했다.
또 한·미 공군도 구조헬기 3대씩을 동원, 현지에 출동하여 구조활동을 펼쳐 98명의 주민을 구조했다.

<삽교천>
홍성에서 아산만 삽교호로 흐르며 사고지점은 폭 2백 50∼3백m, 수심 5m다.
사고지점은 또 신례원과 당진을 연결하는 구양교에서 4km쯤 떨어진 곳이고 수해지역은 지세가 낮아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등으로 농경지 침수가 잦은 상습 수해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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