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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의 안보논의 격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과 일본의 아시아정세관, 특히 소련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일치하고, 그것이 두나라간의 긴밀한 안보협력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한반도주변정세 안정의 가장 중요한 조건의 하나임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75년 미국이 월남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군사력을 대폭 축소하면서부터 미일간에는 줄곧 일본의 자위력증강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미국은 일본에 경제대국답게 구미의 수준까지 방위비를 올리라고 집요한 압력을 가해왔고 일본은 소위·평화헌법과 국내여론을 방패삼아 국민총생산의「l%이하」고수했다. 유럽의 나토회원국들은 평균 GNP의 3%정도를 국방비로 쓴다.
미일간의 이 논란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일종의 타성에 빠져 어느쪽도 유별나게 열을 올리는 일없이 일종의 소강상태에 빠진것같이 보였다.
그러다가 레이건행정부가 들어서서 대소강경자세가 미국의 세계전략의 기조로 되면서부터 사정은 달라쳤다.
최근 워싱턴서 열린 미일국방상회담과 하와이에서 열린 미일안보보무급협의회에서 그 「달라진 쟁정」이 심각하게 표면화되고, 급기야는 미국의회로 문제가 비화하여 상원군사위가 『부유한 동맹국 일본이 적절한 방위노력을 하지않을 경우-무역문제와 방위문제를 결부시켜 대일보복을 가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하는 사태에까지 왔다.
미국이 일본에 자위력 증강을 서두르라고 요구하는 근거는 소련이 중동·한반도·유럽에서 동시, 다발의 침공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소위「유정상정」은 ①소련의 침공은 중동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동시에 유럽·아시아로 파급되어 한국과 일본에 대한침공으로 확대될수 있고 ②이런 사태에서 미국은 태평양의 전력을 중동으로 집중하지 않을수 없게되어 서북태평양의 미군전력은 크게 약화되고 ③소오야(종곡), 쓰가루(진경)해협통과의 필요성때문에 소련의 극동함대는 일본의북해도를 전략적으로 중요시 하게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서방측에 대한 소련전력의 우위가 85년까지는 절정에 달할것으로 보고 앞으로 5년간 일본의 방위노력이 특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일본은 미국이 소련의 전력하나만 보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것은 외교수단을 통한 분쟁억지의 가능성 경제적인 면을 포함한 소련자체의 군사외적인 약점을 도의시한 것이라 납득할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우리는 미일방위논쟁에 휘말려들고 싶지않다. 그러나 미국이 상정하는 소련에 의한 침공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미국은「중동중친의 방침」에 따라 태평양지역의 공모부대, 오끼나와의 해병대, 일부의 전술공군같은 긴급배치군의 전력이 모두 중동으로 빠져나가는 사태가 온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가 항상 심각하게 걱정하는 사태의 하나를 의미한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이 세졔정세관의 견해차를 좁히는 노력을 서두르고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미국이 태평양안보대책을 억지춘향으로 일본에만 떠맡기고 석유자원의 보호를 위한 중동중친전략을 재고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태평양지역의 「힘의 공백」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중동중친의 전략이 일본에 대한 압력의 수단이상은 아닌것으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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