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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탈 서울」바람 다시 일어|낙향의 평을 들어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은 소설가들이 지내기에는 너무 척박한 땅인가-. 다시금 소설가들이 한사람 두 사람 서울을 떠나고 있다. 이들은 지방에 내려가 흙 냄새 속에 묻혀 조용히 작품을 구상하거나 그곳 대학의 강사 자리를 말아「빡빡하기만 한 서울」에서 보다는 그런 대로 몸과 마음이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있다.
70년대 후반기 소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작품을 써서 원고료 수입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작가들이 이제는 직장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 낙향의 주된 이유. 또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인 서울에서 부대끼며 절실하게 부딪쳐오는 것을 써보려다 좌절하여 도피의 성격을 띤 경우가 있는가하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본격 장편을 써 보겠다고 전원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탈 서울」작가들의 근황과 계획을 들어보면-.『흔들릴 때마다 한잔』의 작가 박양호씨는 지난 봄 전남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전임 강사를 맡으면서 최근 광주 변두리에 집을 장만해 아예 정착했다.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시골이라 전원 생활과 다름없다고.
『소설만 쓰고 살자니 이것저것 알맹이 없는 글도 쓰게 되는 것이 싫어』대학에 자리를 굳혔다고 한다. 3백장 정도의 중편 2편을 곧 내놓을 예정.
이동하씨는 목포대 국어국문학과로 지난 3월부터 옮겨왔으며『서북풍』의 작가 최효씨는 대전으로 옮겨 중경공업 전문대에 적을 두었다.
이들은 2주일에 한번 정도 서울에 올라와 출판사 등에 들르고는 총총히 내려가는 스타일.
이문구씨는 오는 9월 중 경기도 화성군 발안 옛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지난 77년5월에 내려가 작년11월 서울 잠실 시영아파트로 옮겨오기까지 3년 남짓 있었던 곳인데 이씨는 거기서 농촌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우리동네…』시리즈를 내놓았었다.
최근 들어서는 작품을 많이 내지 앓았고 지금까지 본격 장편이 적었다고 생각하여 이번에 내려가면 장면 2편 정도를 쓸 생각이다.
왜 시골로 내려가느냐는 질문에는『거시기 시골이 좋은 것은 다 잘 알지 않는 게뷔여』다.
이청준씨는 전남 해남으로 거처를 옮겼다. 지금은 친척집에 살고 있지만 곧 자기 집을 지어 정착하면서 작품 생활을 해나갈 계획이다.
자신은 서울과 해남을 당분간 오락가락해야할 형편이다.
시골에 내려가겠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가져왔는데 여건이 맞아 들어 기쁘다고. 그의 최근작들이 이곳을 무대로 하고 있다는 것은 이씨가 그의 고향 전라도 땅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씨는 대전 근교인 대덕 군에 널찍한 시골집을 마련해 8월에 내려간다.
대전은 그가 어렸을 때 산 곳이다. 김씨는 도회지 채질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고있고 또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작가다.
김씨는 처음 시골 행을 생각하고 충남 당진에 있는『상록수』의 작가 심훈이 살았던 집을 택하려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김씨는 8·15광복부터 6·25직전까지를 시대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쓸 계획이다.
주무대가 그의 고향 충남 보령과 대전이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있는 곳은 취재하기에도 좋아 일석이조라고 한다. 어머님과 갓 결혼한 부인도 대찬성이어서 더욱 기쁘다고.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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