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미전 종합평|다양한 조형의식 폭넓게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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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 시대의 미술이 몇 사람의 천재와 이 천재를 에워싸는 아류들에 의해 이끌어진다고 말한「H·리드」의 견해가 점차 무색해져 가는 오늘의 상황은 주류가 없는 시대로 특징지어지면서 개별성이 두드러지게 운위되고있다.
중앙미술대전은 그 기본운영지침에서 밝힌바『공모전은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조형적 시도를 표현상의 어느 유파나 소재에 구애됨이 없이 폭넓게 받아들임으로써…』개성적인 작가의 발굴을 의도하고 있다. 이 같은 의도는 바로 오늘의 상황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하나의 방법이자, 주류가 없는 시대의 상황에 가장 적절히 대처되고있는 방법이기도하다.
다른 공모전이 일정의 테마와 경향을 통해 색채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비해 중앙미술대전은 애초부터 그런 성격형성을 표방하지 않고 시대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유연성을 보여왔다.
어떻게 보면 이점은 그 나름의 논란의 적을 지니고 있지만, 폭넓은 상황 반영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선 유리한 입장을 지니고 있다.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도 다양한 경향의 공존이 가져오는 폭넓은 상황의 반영이었다. 특히 공모부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경향은 오늘의 젊은 세대의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한국미술의 새로운 형성의 열기를 느끼게 하였다. 어느 경향이나 관념을 설정하지 않는 자유로운 조형의식은 한국현대미술이 가장 바라는 풍토의 조성으로 받아들여지며 그 발전이 세대교체의 자연스런 에너지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모으게 하고있다.
공모부에서 발견하는 또 하나 공통된 의식은 현실에 대한 접근의 주도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소재의식에서부터 점차 벗어나 현실을 하나의 신체성으로 확대해가려고 하는 경향은 서양화부 대상 강덕성의『3개의 빈 드럼통』에서 그 대표적인 예를 만나게 된다.
대체로 서양화에서 이 같은 의식이 팽배해 있는 반면, 동양화의 경우, 소재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태반이란 사실을 지적해두고 싶다. 이 점은 어떻게 보면 동양화가 관념을 벗어나는 1차적인 인내로서 받아들여져야 할 것 같다. 각각의 회화형식은 그 나름의 발전적 양식을 지니는 바로 굳이 동·서양화를 같은 자리에 놓고 비교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화가 전반적으로 자기혁신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나만의 것이 아님을 강조해두어야 할 것 같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바있지만 조각에서의 대형화현상은 이제 의욕으로만 받아들여지기엔 지나치게 안이한 방법의 반복으로 인해 조각자체가 지니는 형식의 엄격성을 그만큼 흐려놓고 있다. 오히려 작은 규모의 조각들에서 재료와 소재에 대한 그 나름의 극복을 통한 차분한 조형적 성과를 가져오고 있음을 발견한다.
오광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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