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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주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각종 전염병이 예년에 비해 창궐할 것 같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상저온뒤의 급작스런 고온현상 탓인지「옴」등 피부병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장티푸스가 철 아니게 발생하는가 하면 이번에는 연례의 뇌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한차례 장마철이 지나면 무서운 수인성전염병인 콜레라가 재발할것도 틀림없다. 작년에 유행했던 콜레라는 다음해 반드시 다시 발생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콜레라에 대한 방역대책을 미리미리 세워 희생자를 최소화해야함은 말할것도 없지만, 우선 시급한 것은 뇌염의 예방문제다.
주로 10세미만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뇌염은 그 치명율이 높아 뇌염을 옮기는 뇌염모기가 생기기전에 예방접종을 서둘러야 하는데도 현재의 접종실적은 겨우 6%선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접종실적이 부진한 것은 지난번 장티푸스 접종사고의 휴유증으로 시민들의 예방주사 기피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예방접종에는 알게 모르게 여러가지부작용이 따랐다. 특히 학교에서 실시하는 집단예방접종의 경우 주사바늘 하나로 7, 8명씩 접종하고 전문의의 예진이 없음은 물론 소독도 형식적으로 해온것이 이런 부작용의 원인이 되었다.
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의 약 10.6%가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조사결과도 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무작정예방주사를 기피한다면 방역을 위해 심각한 사태가 온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수 있는 일일 것이다.
예방접종이 영아사망률을 1천명당 10명이하로 끌어내리고 인간의 평균수명을 70세 이상으로 높이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병에 걸린다음 치료하기보다는 걸리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그것이 자신뿐 아니라 이웃의 건강도 지켜준다는 것을 안다면 더러 부작용이 생긴다고 해서 예방주사를 무작정 기피할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방역당국으로서도 시민들이 안심하고 예방주사를 맞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과거처럼 숫자 채우기 위주의 집단접종은 지양되어야하며 자동주사기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할 때도 l인1침은 꼭 시행되어야겠다.
상수도보급률이 77%, 하수도가 6%에 불과한 우리의 실정에서 강제접종은 불가피하지만 가능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주사를 맞는 곳을 지정하는 방안도 강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각종 돌림병은 대개 외국에서 들어온다. 이를막기 위해서는 외국과의 내왕창구인 공항과 항구의 방역대책을 철저히 해야한다.
전국의 13개 검역소와 5개지소에 있는 1백여명의 인원에, 허술한 검사장비만으로 전염병의 침입을 막을수는 없다.
따라서 병이 발생한후 예방접종을 하느라 법석을 떨기에 앞서 침입경로를 봉쇄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부터 세워져야 한다. 여기에는 상당한 재정투입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시정보완되길 촉구한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대책이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국민들이 예방접종을 기피하는등 각자의 건강을 지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방역은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각자의 생활환경을 깨끗이하고 방역당국이 알린 예방수칙을 잘 지키면 기상이변이 아무리 기승을 부린다해도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명랑한 여름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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