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접촉 기피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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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슨 영문인가. 모녀 4명이 집단자살을 기도한끝에 자매3명만 죽고 어머니는 미수에 그쳤다. 남편에게 배신당한 어머니의 한이 다 큰딸들에게 미쳐 이들에게 사회접촉 기피증과 남성험악증을 심어준 것이 원인이라는 한전문가의 정신분석도 있다.
직접적인 동기는 막내딸이 불량배들에게 순결을 잃은데 있었던 것 같다. 이들이 겪은 삶의 고민이나 몸부림은 제3자로선 도저히 알수없다. 다만 이들이 숭고하고 절대걱인 생명을 끊기까지는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으리라는 짐작밖에는 영어와 불어에서 말하는 자살(suicide)은 라틴어의 자기자신(sui)을 죽인다(caedo)에서 유래됐다. 그 원인이야 어떻든 당사자의 자유의지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자살 긍정론자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생명에 관해서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고 말한다. 절사·순사가 찬양의 대상이 되는것도 이때문이다.
자살 부정론자들은 이것이 신데 대한 모독이며 죄악이라고 한다. 이런 시비는 쉽게 끝날일은 아니지만 성실한 삶의 의무를 포기한다는데서 부정적 견해가 강하다.
자살에 관한 연구로는 「E·뒤르케임」 「A·외팅겐」 「E·모셀리」등의 학설이 유명한데 이들은 자살을 대개 세 분류로 나눈다. 이기적 자살, 애타적 자살, 허무 또는 무규제적 자살이다.
자살의 형태도 대개 열가지로 분류한다. 정신병, 육체적 장애, 재정적 실패, 수치, 가정불화, 형벌에 대한 공포, 염세, 격정, 지위불만, 비애등이다.
물론 그 사회가 처한 특수성과 개인이 겪는 특수상황에 따라 색다른 자살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최근 자주 일어나는 우리사회의 청소년자살도 예외가 아니다. 꾸중들을까봐, 이웃과의 불화때문에, 단짝 친구따라, 애인의 배신으로, 성적이 나빠, 가난한 생활이 지겨워, 애완동물이 없어져서….
듣기만 해도 현기증이 일어나는 갖가지 동기들이다.
한국적 자살의 특수한 경우는 동성동본 비관자살이다. 지난 3월 대학생 박모군의 경우다, 그는 유서에서 『대학에 떨어졌을 때 첫번째 불효를 했고 이번이 두번째이자 마지막 불효』라고 했다. 자살이 부모에 대한 불효이고 사회에 대한 배신, 그리고 이성에 대한 반역임을 말해준다.
과거에는 북구에서 자살율이 높고 남구에선 낮은것이 통설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통계론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특히 일본의 경우 분신자살이라는 끔찍한 수단을 택하는 자살도 1년간에 7백명선에 이른다. 전세계적으론 인구 10만명당 자살율이 헝가리가 36·5명으로 제일 높다. 비교적 낮은 비율이 영국과 노르웨이의 8·1명이다.
건강한 사회,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생명의 경외를 높이는 첩경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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