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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 비상과 방역행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두달째 전국에서 기슴을 부리는 피부병의 진상이 밝혀졌다.
충격과 안도와 수치스러움. 진상을 듣고 난 모든 이의 느낌일 듯 싶다.
지금은 잊혀진 옴이 세계적인 대유행주기를 맞고있다는 전문가들의 보고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충격이다. 늦게나마 정확한 원인과 양상이 규명돼 손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불행중 다행. 그리나 피부병이 나타나고 두달, 주위보를 내리고도 20일이 지나서야 진상을 확인해내는 늑장 방역행정에는 한심스럽다는 말만으론 부족할 것 같다.
그 동안 당국은 건국에 확산되는 피부병을『계절적 현상』이라고 고집해왔다. 연일 곳곳에서 환자가 늘어나는데도『별 것 아닌데 과장보드를 하고있다』며 매스컴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뒤늦게 옴의 장기유행 위험성이 경고되자 당황, 부산을 뗘는 모습은 뒷북만 치는 탁상행정의 한 표본을 보는 느낌이다.
다시 한번 맹성이 있어야겠다.
옴-.『재수 옴 붙었다』는 우리속담이 있지만 한마디로 재수 없는 벌레다. 쉽게 말해 사람진드기. 모든 동물에는 피부기생충으로 진드기가 기생한다. 옴은 바로 사람에만 기생하는 진드기. 인간도 동물인 것을 확인해주는 벌레라고나 할까.
크기가 0·3∼0·45㎜. 눈밝은 사람은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모양이 흉측스럽고 한번 붙으면 7년을 간다고 해서 서양에서는「7년 벌레」라고 부를 만큼 끈질기다. 얼굴·머리·손바닥·발바닥을 빼고는 온 살갗에 굴집을 만들고 살며 밤에만 나와 번식한다.
가렵고 곳곳이 진무르고 사람 꼴을 추하게 만드는 이 옴벌레를 퇴치하려면 따로 방법이 없다. 평소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만 한다고 일단 걸리면 뿌리를 뽑도록 치료를 해야만 한다.
20∼25년마다 나타나는 옴 유행주기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면역 없는 새 세대의 출현, 집단생활의 증가 등 몇가지 요인들이 꼽아질 뿐이다.
무더운 여름, 때아닌 옴 비상을 조속히 끝내기 위해서는 국민모두의 위생관념과 당국의 보다 신속한 집중방역 활동이 있어야겠다. <문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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