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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있고 손발 없이…방역 힘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장티푸스 예방접종쇼크에 이어 전국에 번진 피부변이 옴의 대유행으로 판명되고 남부지방에서 뇌염모기가 나타나 26일 뇌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장마와 본격적인 무더위가 닥치면 지난해 유행했던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 각종 수인성 전염병도 안심할 수 없다.
방역행정의 사령탑 천명기 장관을 만났다.
『원인과 경위야 어찌됐건 최근 방역행정이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데 대해 책임자로서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담담한 표정으로 사과의 말부터 꺼내는 천장관의 얼굴엔 다소 피로의 기색이 감돌았다. 진인사대천명(진인사대천명)의 심경인 듯도 했다.
-최근 방역행정이 뒷북만 친다는 비난을 듣고 있는데…
『…한마디로 보사부가 머리만 있고 손발이 없는 부서입니다. 일선에서 방역업무를 집행하는 시·군 보건소는 모두 내무부가 관장하고 있어요. 시장·군수의 감독을 받습니다. 또 학교보건과 대학병원은 문교부 소관입니다.
보사부는 정책을 입안, 문서로 지시하는데 그칠뿐 그것이 실제로 그대로 집행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 감하고 독할 수단이 결여돼 있습니다.
80년대 복지사회의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보사행정 체계로는 안 되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은 아니지만 전국의 보건소·시도립 병원 등을 통합관리하는 보건청 같은 것을 신설하거나 문교부의 시·도 교육위원회 같은 보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몇가지 개선방안을 구상하고있어요.
그렇지 않고는 보사행정은 계속 문서행정에 머무르고 뒷북만 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피부병이 요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옴 대유행 실로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데.『가뭄으로 인한 접촉성 피부염 같은 계절적인 것은 별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옴이 문제인데 조금 지나치게 보도된 것 같습니다. 실제 조사보고 된 숫자를 보면 집만 대략 발병과는 거리가 있어요.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나타납니다. 본인들이 갈 나타내려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파악도 어렵지요.
3천8백만을 모두 벗겨놓고 피부병검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장티푸스나 콜레라처럼 한 지역에 한꺼번에 나타나면 차단하고 집중방역을 실시할 수 있겠지만 옴은 어렵습니다. 천국보건소에 3천여명 분의 약을 배정했고 환자가 발견되는 대로 치료에 나서도록 했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이 개인위생을 잘 지켜주도록 당부하고 싶습니다. 옴은 사실 후진성 질병 아닙니까. 아직 우리 환경수준이 후진상황에 머무르고있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자신의 몸과 건강은 l차 적으로 자신이 관리하고 지키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천장관은 현재 우리나라의상수도 보급률이 77%, 하수도 보급률은 6%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들었다. 경제개발에 못 미친 사회개발이 올해 이상기후와 상습작용을 해 이 같이 후진적 질병유행을 가져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티푸스예방접종은 다음주부터 재개됩니까.
『네 그렇습니다. 원인조사결과 약품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철원서 숨진 나은희양의 사체부검견과가 금명간 나올 것이기 때문에 다음주부터는 재개할 생각입니다.
지난번 국회에서도 부작용 많은 예방주사를 모두 강제로 맞게 할 것이 아니라 맞고 싶은 사람만 맞도록 하면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앞서 말씀드린 우리환경여건이나 국민들의 위생수준으로 보아 아직은 일정인원이상 강제접종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세상에 주사 맞기 좋아하는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만 예방주사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이웃의 건강까지 지킨다는 관점에서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과거의 목표달성위주 집단접종은 시정돼야 하지 않을까요.『근본적으로 바꿉니다. 예방접종이란 것이, 무슨 기능경기대회도 아니고 그야말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사업 아닙니까. 과거 브리핑행정의 유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보건소마다 우리는 할당목표를 몇%달성했다는 식으로 숫자 채우기 접종의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죠.
그래서 이번 재개 때는 절대 숫자 채우기 위주로는 못하게 할 생각입니다. 또 집단접종 때는 자동주사기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 주사기를 쓸 때는 1인l침을 쓰도록 했습니다. 또 본인이 보건소에서 맞기를 원치 않으면 일반 병의원을 지정, 그곳에서 의사의 진찰을 받은 다음 맞도록 할 생각입니다. 의사에게는 응분의 수수료를 주어야겠지요. 전국에 현재 보급된 1백43대의 자동주사기를 고정배치하지 말고 기동성 있게 활용토록 했습니다.
-올해 전염병발생전망은 어떻습니까.
『올해는 사질 지난해 발생했던 콜레라재발방지에 방역의 초점을 두었어요. 그런데 뜻밖에 다른데서 일이 생겼습니다만 역시 가장 큰 걱정은 콜레라재발가능성이라고 봅니다. 보사부도 과거 타성을 버리고 최선을 다해 뛰겠지만 국민여러분들께서도 개인위생·주변환경관리에 각별한 유의를 부탁드립니다.<문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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