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권투 선수 김환진의-바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WBA 주니어 플라이급 1위 김환진 (26)에게는 2명의 스승이 있다.
권투 사범 김현치씨와 바둑 사범 김수영 5단. 김 5단은 김환진이 WBA 주니어 플라이급 타이틀 매치를 준비하기 위해 트레이닝 캠프를 차린 서울 세종 호텔에 1주일에 한번씩 들러 바둑을 지도, 김환진의 정신력을 훈련시키고 있다.
가벼운 대국이 끝나면 김 5단은 김환진에게 교훈적인 말을 잊지 않는다.
『사소취대』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겁자무공 탐자패망』 (겁을 내는 자는 공을 세울 수 없고 욕심을 너무 부리면 망한다) 등….
얻어맞지 않는 권투를 한다는 평을 듣는 김환진은 바둑도 약게 둔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김환진의 바둑 실력은 한국 기원 공인 아마 2단.
7살 때부터 바둑을 배웠지만 본격적인 바둑 수업을 받은 것은 75년 일본에서 「나까지마」를 꺾고 WBA 주니어 플라이급 8위로 랭크되면서부터였다.
한국 기원에 놀러 갔다가 김수영씨와 한판 둔 것이 계기가 되어 김 선수는 김수영 사범 밑에서 바둑 공부를 하게 되었다. 『권투 선수가 바둑을 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김환진의 팬이 되었죠. 그래서 틈틈이 바둑을 지도하게 된 것입니다.』
김환진은 특히 수 읽기에 밝다는 것이 김수영씨의 평.
그러나 때로는 권투에서처럼 힘으로 밀어붙이는 바둑도 둔다.
『수많은 사람과 수없이 바둑을 두어도 똑같은 관은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에 바둑의 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권투도 마찬가집니다.』 김환진의 말이다.
큰 시합을 앞두고 초조 할 때는 바둑을 두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는 김 선수는 전문 기사는 못되더라도 항상 멋진 바둑, 겸허한 바둑을 두고 싶다고 했다.
첫 세계 타이틀 매치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김환진은 선작오십가필패 (먼저 50집을 만들면 진다)라는 말을 잊지 않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고.
권투에서는 아무리 우세해도 방심해서 덤비면 KO패 당하기 쉽다고 했다.
김환진은 7월19일 멕시코의 「페드로·플로레스」와의 한판 승부를 앞두고 매일 아침 6시에 캠프를 떠나 남산∼서울 운동장까지 8km 뛰고 하오에는 노량진에 있는 체육관에 나가 3시간씩 스파링을 하고 있다.
「플로레스」와 「구시껜」 대전 필름을 보면서 「플로레스가 주먹이 없고 손이 잘 나오지는 않지만 스태미너가 월등할 것 같다고 분석한 김 선수는 조치훈이 「오오따께」를 꺾을 때처럼 게릴라 전법으로 들쭉날쭉 하면서 급소를 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두고 보세. 틀림없는 명국 (명 승부)이 될 것입니다.』
77년6윌 프로 복서가 된 이후 20전18승2무를 기록한 김 선수는 권투 전적에는 없는 「1패」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김수영 사범에게 바둑을 진 것이라면서 활짝 웃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