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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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의회는 요즘 이색 결의안을 하나 채택했다. 엄마젖 먹이기 지지결의안. 상원에서 80대2의압도적 다수가 그야말로 「엄마만세」에 손을 들었다.
이보다 며칠 앞서 하원은 「젖소만세」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301대 100으로 통과시켰었다.
지난달 WHO(세계보건기구)가 분유의 판매촉진활동을 금지하는 「모유 대체물질 국제강령」을 채택할 때 반대표를 던졌던 행정부를 나무란 것이다.
그때 행정부는 기업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법에 저촉된다는 명분을 내세웠었다. 아뭏든 제3세계의 아기들을 거의 먹여살리다시피하는 미국의 우유업자들에 의회의 결의는 폭탄세례나 마찬가지다.
미국사회에서 『엄마젖이냐, 우유냐』의 문제가 얼마나 큰 관심사인지를 알 수 있다. 먼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나라에서도 아기들의 수유방법은 결코 작지 않은 문제다. 한 모자보건학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생후 30일을 기준으로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엄마는 70%밖에 되지 않았다. 도시만을 좁혀서 조사하면 그 비율은 더욱 적어질 것이다. 전통적으로 모성의 미풍이 가장 많이 남아 있었던 우리의 습성에서 그것은 놀라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모유냐, 우유냐』의 오랜 토론에서 이미 결론에 이르고 있다. 우유는 아기의 단기간 생장에선 모유보다 다소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모유보다 더 좋다는 연구는 없다.
실제로 쇠젖은 모유보다 단백질이 2배 가량 높다. 토끼젖은 쇠젖보다도 더 많다. 문제는 아기가 우유를 먹고 나서 금방 어른이 되지 않는데에 있다.
우선 모유는 우유보다 필수지방산을 5배나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성분이다. 신체의 모든 부분이 여리고 불완전한 신생아가 모유를 먹는동안 적어도 6개월쯤은 질병에서 스스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화작용에서 특히 우유쪽에 거부현상이 많은 것은 모든 엄마들이 경험하는 일이다.
우유가 함유하고 있는 영양분들은 송아지엔 적합하지만 아기는 분명 그런 송아지는 아니다.
더구나 분유의 경우는 물에 타야 한다. 그 물이 얼마나 깨끗한 것인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WHO는 제3세계의 가난한 어머니들이 수유의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많이 섞는다는 쇼킹한 경고도 한 일이 있었다.
또 어떤 우유도 모유와 같게 만들어진 일은 없다. 인문의 혈액을 합성해내지 못한것과 마찬가 지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어머니가 아기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는 것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조물주의 섭리인 것이다. 모유가 있는 동안 어머니는 영원한 인간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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