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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전용 쉬워질 것" 好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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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 2년 동안 내림세였던 논.밭 값이 올 들어 오르기 시작했다. 농사를 짓는 것 외에는 다른 데 쓸 수 없는 농업진흥지역의 논 값만 석달 동안 1.9% 올랐다.

특히 충남지역에서는 농업진흥지역 논 값이 8.5%나 오르는 폭등세를 보였다.

또 농업 이외의 목적으로 전용하기 쉬운 농업진흥지역 밖의 논과 밭의 가격이 각각 5%, 3.8% 올라 진흥지역 내 논(1.9%), 밭(2.5%)보다 많이 상승했다.

농지에서 생산하는 작물 값에는 큰 변화가 없고, 정부가 쌀 수매가를 내리려는 상황에서 이처럼 농지 값이 오르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그러나 농지 값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 앞으로 농지를 농업 이외의 용도로 쓸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예상 등이 농지 수요를 늘려 값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이 진행되면 농지에 대한 각종 규제가 완화돼 농지 전용이 쉬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지의 자산가치가 서서히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충청지역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재료까지 반영돼 상승폭이 더 컸다.

농림부는 또 농지법 개정으로 주말농장용 농지 취득이 용이해지면서 새로운 농지 매입 수요가 등장한 것도 농지 값 상승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바뀐 농지법은 올해부터 도시 거주민이 3백3평 미만의 주말농장용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1949년 농지개혁법 제정 이후 상속 농지와 이농 후 보유 농지 등을 제외하고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금지했던 원칙을 일부나마 처음으로 바꾼 것이다.

실제 지난 석달 동안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지 취득이 1만1천1백73건, 6백66㏊에 달해 전체 농지거래 건수의 14.1%(전체 거래 면적의 3.6%)를 차지했다. 지목별로는 밭이 4백14㏊(62%), 논이 2백54㏊(58%)로 채소 재배 등에 적합한 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시도별로는 ▶경기 1백18㏊▶충북 54㏊▶충남 1백26㏊▶전남 52㏊▶경북 78㏊▶경남 89㏊▶강원 46㏊▶전북 42㏊ 등으로 주말.체험영농을 위한 농지거래는 전국적으로 활발했다.

농지값 계속 오를까=농림부는 농지 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각종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WTO 농업협상 이후 개방이 가속화되면 농업을 포기하는 농민이 늘고, 이에 따라 농지 매물이 쏟아져 농지값이 폭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주말농장용 농지 소유 외에 농촌주택 구입에 대해선 1가구 2주택이더라도 양도소득세를 물리지 않고, 한계농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도시민의 참여를 개방하는 동시에 농지대체조성비 부담도 50% 이상 감면해주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기존 농지제도의 틀 안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농림부는 ▶농사목적 이외의 농지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상의 경자유전(耕者有田.농업인에게만 농지의 소유를 허용) 원칙 재검토▶농지거래 자유화 등 소유 규제 완화 방안 모색▶이농.탈농에 따른 농지 매도에 대비한 농지신탁과 농지은행 도입 방안 등 전향적인 새 농지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농림부는 또 쌀 재고 과잉 등 농업여건 변화를 고려해 적정 농지면적을 다시 설정하고 농지전용에 대한 규제 등 농지보전제도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이같은 규제완화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농지 투기와 마구잡이 개발을 방지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 농지의 폭락뿐 아니라 폭등도 막겠다는 생각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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