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기 속 아기 엉뚱한 사람에 내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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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구=이창호·채흥모 기자】의정부 뒤바뀐 쌍둥이 사건의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산부인과 신생아실의 인큐베이터에서 보육 중이던 생후 9일째인 미숙 영아를 병원 측이 엉뚱한 사람에게 넘겨준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문제의 영아는 지난달 30일 하오 9시9분쯤 대구시 둔산동 825 이해선씨(35)의 내연의 처 이기옥씨(23)가 제일산부인과(원장 정원영·53·대구시 동성로 3가 10의3)에서 낳은 여자아기로 생후 9일째인 지난 8일 하오 6시쯤 보호자를 자칭하는 35세쯤 된 여자와 40대 남자가 찾아와 입원비 6만원을 내고 아기를 달라고 하자 간호원 김외분양(21)이 보호자를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내주었다는 것.
이 여아는 출생 직후 몸무게가 정상아 평균 체중 2.5㎏ 보다 0.7㎏이 모자라는 1.83㎏밖에 안돼 그 동안 이 병원 인큐베이터 속에서 보육되던 중이었다.
산모 이씨는 분만 2일째인 지난 1일 하오 먼저 퇴원했으나 분만한 여아는 18일까지 인큐베이터에서 보육한 뒤 정상체중이 회복되면 퇴원시킬 예정이었다.
보호자의 확인 없이 영아를 내준 간호원 김양은『영아를 데려간 남녀 중 35세쯤 된 여자는 산모 이씨가 분만 직후 신생아실과 병원복도에서 서성거리는 등 낯이 익은데다 새 옷까지 갈아 입혀 보호자인줄 알고 그냥 내줬다』고 말했다.
산모 이씨 등 가족들에 따르면 이 여인은 이씨가 분만 뒤 입원해 있는 동안 신생아실 유리창을 통해 인큐베이터 속에 든 아기를 유심히 바라보았으며 퇴원하던 날에는 남편 이씨의 어머니와 누이 등 가족 4명이 있는 입원실에 들어와『내 막내 여동생도 이 병원에서 아기를 낳고 입원해 있다』면서『아기가 우는데 간호원에게 우유를 잘 좀 먹이라고 해라』는 등 말을 했다는 것.
수사에 나선 대구 중부경찰서는 아기를 가져간 여인이 산모 이씨가 분만 당시 병원에 있었고 내연의 남편 이씨에게 오래 전부터. 동거해 온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복잡한 가정 사정에서 빚어진 사건으로 보고 남편 이씨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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