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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국은 초대 대통령 즐겨 넣어|얼굴에 얽힌 얘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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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나라가 건국 후 처음으로 발행한 지폐는 49년 9월1일의 10원짜리 조선은행권.
앞면의 얼굴은 독립문이고 뒷면은 한국은행 청사가 그려졌다.
36년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꿈에도 그리던 독립이었기에 독립문이 포화의 얼굴로 채택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 이후 두 차례의 화폐개혁을 포함, 새로운 권종이 나올 때마다 얼굴은 달라졌다.
주 종권의 경우 자유당 시내는 이승만 박사가 계속 자리를 지켰다고 4·19후엔 잠시 세종대왕으로 바뀌었다가 2차 통화개혁이 되면서 ▲남대문 ▲독립문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세종대왕이 차례로 등장,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인물·초상화를 돈의 얼굴로 채택하는데는 국가에 큰 공헌을 한 사람, 대중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 풍모가 될수록 잘 기록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조건.
신생국의 경우는 독립투사 또는 초대 대통령을 많이 쓰고있다.
이밖에 지상의 앞면에 등장한 것은 ▲광화문(50년8월 백원권) ▲거북선(53년 2월 천원 및 백원) ▲첨성대(62년9월10원) ▲저금통장을 보는 모자상(62년5월 백원)등
주화의 얼굴로는 59∼6l년 사이의 ▲이승만 박사(백환) ▲거북선(50환) ▲무궁화(10환) 그리고 현재 통용되는 ▲이순신(백원) ▲벼이삭(50원) ▲다보탑(10원) ▲거북선(5원) ▲무궁화(l원)가 사용됐다. 기념주화에는 ▲세종대왕(금화 2만5천원) ▲신라금관 ▲박정희 대통령 ▲거북선 ▲선덕녀왕 ▲참전용사 ▲보살입상 ▲고려청자 ▲유관순이 등장했는데 기념주화는 대부분 수집가에 의해 퇴장되어 있는 실정.
가장 단명으로 그친 돈의 얼굴은「저금통장을 보는 모자상」(백원). 62년 5월16일에 나왔다가 이듬해 6월10일 통화개혁이 되는 바람에 통용이 중단됐다.
지금 쓰이고 있는 돈의 얼굴은 세종대왕·율곡·퇴계 모두 실물사진이 없기 때문에 초상화를 그려 넣는데 무척 고심했다 한다.
퇴계의 경우는 심의위원회(문공부 내)에서 논란을 많이 벌였다.
스케치를 갖다 놓고 심의하는데 풍모를 좋게 그려놓은 것을 보고 역사기록은 위장병을
앓은 것으로 되어있으니 풍신 좋을 수가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와 그 의견이 채택됐다.
그래서 천원짜리 퇴계의 얼굴은 야위어졌다는 것.
지폐의 얼굴은 무인 모습을 그려 넣지 않는 것이 하나의 관례다.
아프리카의 우간다가 현직 아민 대통령을 군인복장 그대로 그려 넣은 것을 빼고는 별로 찾아 볼 수 없다.
우리 나라 돈의 얼굴 중 근 40년간 최장수를 누렸으면서도 그가 누구인지를 놓고 이론이분분한 돈이 있다.
1915년부터 50년 8월까지 통용된 조선은행권의 긴 수염의 할아버지 상이다.
구한말 외무대신과 일제시대 중추원장을 지낸 김윤식이라는 설이 있는가하면 전설 속의 인물 수로왕이라는 설도 있다.
생김새는 김윤식과 닮은데가 많지만 그를 돈의 얼굴로 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반대논의 주장이다.
당시 자료가 없어 고증이 안 되는데 어쨌든 보기 좋은 수염을 가졌다는 것 때문에 돈의 얼굴로 선택된 것으로 보고있다.
수염부분은 위조하기가 특히 어려워 많은 나라에서 돈의 얼굴로 수염 있는 인물을 많이 쓰고 있다.
돈의 얼굴은 나라마다 선택하는 대상이 다르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새와 고기를, 호주는 캥거루, 그린란드는 북극의 곰과 물을 뿜는 고래를 그려 넣었다.
그런가하면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문화전통이 찬란한 나라는 예술가·사상가의 초상을 많이 쓰고 중공은 용·트랙터 등을 그려 넣었다.
영국은 엘리자베드 여왕을 모든 권종에 쓰고 있는데 왕이 있는 나라는 국가의 상징으로 그들의 왕 초상화를 쓰고있는 것이 특징.
일본은 천황이 있긴 하지만 성덕태자상과 이등박문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돈의 얼굴에는 초기의 역대 대통령이 차례로 등장했고 발행이후 지금까지 계속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1861년 처음으로 발행되기 시작한 미국 돈의 얼굴은 ▲1달러=조지워싱턴 ▲2달러=제퍼슨▲5달러=링컨 ▲10달러=해밀턴 ▲20달러=잭슨 ▲50달러=그란트 ▲l백달러=플랭클린 ▲5백달러=매킨리 ▲l천달러=크리블랜드 ▲5천달러=매디슨 ▲1만달러=체이스
1달러 짜리의 얼굴을 조지워싱턴으로 한 것은 액면이 적은 돈일수록 서민대중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대중의 친밀도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1만 달러 짜리는 우리 나라 돈으로 7백만원. 헌존 세계화폐 중 가장 고가의 지폐다. 그러나 실체는 통용되지 않고 l918년 이후 더 이상 발행도 않고 있다.
액면으로 치면 아르헨티나의 50만페소 짜리가 최고액 권. 그러나 우리 나라 돈으로 환산해서 80만원밖에 안되므로 미국의 l만 달러에 비교할 바가 못된다.
1만 달러 짜리는 미국 사람중에서도 만져본 사람은 극소수밖에 안 된다.
돈의 얼굴은 고액권 일수록 위조를 막기 위해 세심한 작업을 한다.
햇볕에 비춰야 형체가 드러나는 음화(Water color)를 집어넣고 자외선을 쐬면 발광하는 특수섬유질의 종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색의 배합도 복잡하게 만드는데 기본 색 10여 가지를 사용해서 20여종의 색채를 내도록 한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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