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교수 박은회씨의 작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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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은회씨-. 당년52세, 예비역 해병대령, 경제학박사, 현직은 성균관대 교수, 취미는 작곡.
70년부터 작년까지 만10년 동안 국내 3개 보험회사(대한보증보험·한국자동차보험· 대한재보험)사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박사학위도 『재보험의 위기 해결을 위한 연구』로 받았다. 한마디로 「보험통」이다. 74년 가을, 자신이 작곡한 가곡 16곡을 모은 가곡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룰 펴냈을 때 주위에서는 『보험회사 사장이 무슨 작곡을 제대로 하겠느냐』, 『누구를 시켜서 편곡이나 했겠지』하는 식으로 약간 우습게(?)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5월 내한한 세계적인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미국 밀워키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루커스프스」씨는 박 교수의 『한국광상곡』을 보고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서울 시향을 지휘, 연주했다.
『젊었을 때 품었던 작곡가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인생을 끝내는 것이 안타까와 취미 삼아 악보를 스케치하고 피아노를 쳐서 음을 확인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미 아마추어 작곡가의 경지를 넘어선 박씨의 겸손이다.
서울대 음대 2학년 때 6·25가 터져 해병대에 입대, 13년간 군에 머물다 제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음악에의 꿈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는 것.
보험회사 시절에는 업무에 쫓겨 새벽3시까지 창작에 몰두하던 때가 많았다고 한다.
『자기 취미 때문에 가족들의 잠까지 설치게 해 처음엔 신경질이 날 정도였습니다만 차츰 이해를 하게 되더군요』부인 김창숙씨(48)의 말이다.
박 교수가 지금까지 틈틈이 작곡한 작품은 『모란이 피기까지는』등 가곡 20곡과 합창곡16곡, 피아노곡3곡 그리고 『보험의 노래』, 보증보험주식회사 사가 등 회사사가 3곡, 전남 함평 성남국교, 경남 합천 수륜국교, 관령궁류 국교 교가 등 50여곡.
인천함의 함가도 박씨가 작곡했다.
박 교수는 교가를 지어준 학교에 한번도 가보지는 않았으나 자신이 작곡한 교가가 아침 햇살이 살며시 내려앉는 시골국민학교의 운동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고 했다.
앞으로도 벽지학교의 요청이 있으면 교가 짓기를 계속 하겠다는 박 교수는 한국적인 것, 새롭고 연주하기 쉽고, 듣기 쉬운 곡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작곡철학이라고.
박 교수는 요즘 피아노협주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잘 되지 않는다면서 나이를 먹어갈수록 작곡공부가 『너무 어렵구나』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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