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자매간 물건 다툼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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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동생은 지난번에 새 신발 샀잖아요. 그런데 오늘 옷까지 사주는 것은 너무 불공평해요." "엄마, 언니가 컴퓨터를 자꾸 혼자만 쓰려고 해요. 나도 컴퓨터 사줘요."

자녀들은 형제ㆍ자매 간에 흔히 이런 식으로 다툼을 벌입니다. 단순한 질투나 시샘일 수도 있지만 이런 감정이 쌓이면 자녀의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님께선 이런 자녀들을 보면서 '철이 없다'고 느끼면서 속상해 하실 겁니다. 경제적 형편상 모든 자녀에게 똑같이 뒷바라지를 해줄 수 없는 가정이라면 부모님의 속앓이는 더 클 겁니다.

어떤 경우든 이런 자녀들의 다툼을 마냥 흘려넘기지 말기 바랍니다. 자녀들은 단순히 '부모님께서 형이나 동생을 편애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뿌리깊은 불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역사상 위인의 일대기를 통해 자녀들이 스스로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 한 예가 '퀴리 부인'으로 유명한 여성과학자 마리 퀴리(Marie Curie, 1867~1934)입니다. 마리 퀴리는 방사능 연구로 노벨상을 두번이나 받았습니다. 마리는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리와 셋째 언니는 서로 양보하기로 결정을 했답니다. 나이 어린 마리가 먼저 양보했습니다.

마리는 가정교사로 취직해 의학공부를 하는 언니에게 6년간이나 돈을 보냈지요. 마침내 의사가 된 언니는 그 때부터 마리에게 학비를 대줄 수 있었고, 마리는 늦은 나이긴 했지만 대학에서 원하던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자녀들에게 "두 자매에게 배울 점이 뭘까"하고 질문을 던져보세요. 무엇보다 두 자매는 가정형편을 정확히 알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합리적인 규칙을 세우고 지켰습니다. 이를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풀이하면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경제학의 기본원칙을 충실하게 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마리 자매가 서로 공부하겠다고 욕심을 냈다면 둘 다 뜻을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 공부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어린 마리가 양보한 것이나, 비교적 취업에 유리한 언니가 먼저 공부를 마친 것 등은 자매가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한 것에 해당합니다.

자녀들이 다른 형제ㆍ자매를 시샘하거나 물건을 독차지하려고 할 때는 이런 퀴리 부인 이야기를 통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십시오. 또 자녀의 마음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까지는 가정형편을 사실대로 알려주셔서 자녀들 스스로 집안의 돈과 물건을 적절히 배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배순영 박사.소비자보호원 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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